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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투자 10년간 금지” 美반도체법 세부지침 발표 앞두고 삼성·하이닉스 발등에 불

입력 | 2023-02-12 14:11:00

이르면 이달 중 반도체법 세부지침 발표
미국 지원 받으면 10년간 중국 투자 제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반도체법’ 세부 지침이 이르면 이달 중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반도체업계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국 지원을 받을 경우 중국 투자를 10년 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주요 매출처는 물론이고 공장 설비도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가드레일 규제를 곧장 받을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르면 이달 중 반도체법에 대한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미 정부와 개별 기업 간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정부 차원에서 조율을 진행하며 필요한 정보를 우리 기업에 공유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관련 투자에 대해 527억 달러(약 67조 원) 규모로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지원 조건으로 10년 동안 중국처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에 투자해선 안 된다는 가드레일 조항을 내걸고 있다. 각 기업은 반도체법 지원을 받게 될 경우 이러한 내용을 명시한 계약서를 쓰고 중국 또는 우려국가에 투자를 하게 되면 상무부에 보고할 의무를 져야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미국이 유예 방침을 내리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국은 앞서 반도체법과 별개로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1년 유예 조치를 내렸다.

다만 미국도 중국 규제의 실효성을 생각했을 때 계속해서 한국 기업에 예외를 주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당장 이번은 고비를 넘기더라도 오랜 기간 갖춘 공급망을 1년 만에 전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한다는 리스크도 있다.

당장 시급한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대만 TSMC와의 경쟁을 위해 미국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를 받는 게 중요한 만큼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실제 착수한 투자는 없지만 미국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을 준비 중이라서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특히 미국, 일본, 대만에 비해 중국 의존도가 높고 중국 공장 비중도 크다는 특수성이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우시, 다롄 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 정부와 우리 기업간 협상 채널을 열어주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를 둘러싼 기업간 경쟁이 국가간 전쟁으로 비화하며 혈혈단신 국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우리 기업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