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작가의 그림.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돌봐주는 튀르키예 군인의 모습과 최근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서 아이를 돕고 있는 한국 긴급구호대의 모습이 담겼다. 명민호 작가 인스타그램
한국 작가가 강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애도를 표하고자 그린 그림이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작가는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림 두 장을 나란히 게시했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돌봐준 튀르키예 군인의 모습과 최근 지진이 덮친 튀르키예에서 아이를 돕고 있는 한국 긴급구호대의 모습이 담겼다.
그림 속 튀르키예 군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다른 한 손에는 마실 것도 쥐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 긴급구호대원도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현장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에게 마실 것을 주고 있다.
이 그림은 12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좋아요’ 수 약 31만2000개를 기록했다. 댓글도 1만1000개 이상 달렸다. 튀르키예 누리꾼들은 명 작가의 게시글에 찾아와 “형제의 나라라는 것을 정말 잘 표현했다. 아름다운 그림이다” “눈물이 난다. 정말 감사하다” “우리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 당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 “우리의 우정이 깨지지 않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한 튀르키예 누리꾼은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역사, 케이팝, 드라마를 좋아했다”며 “이렇게 예쁜 작품을 그려줘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튀르키예 매체도 명 작가의 그림을 소개했다. 7뉴스는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가 73년 전 한국전쟁에서 튀르키예의 지원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튀르키예 국민들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쿰후리예트는 “한국-튀르키예 합작 영화 ‘아일라’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영화 ‘아일라’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파견된 튀르키예 병사 슐레이만이 전쟁고아가 된 다섯 살 아이에게 ‘아일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딸로 키우는 내용이다.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에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대원들이 현지 구조팀과 합동으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제공
구호대는 오는 17일까지 수색·구조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현지 상황에 따라 교대 형식으로 구호대를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는 2만50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도 8만 명 이상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