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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지원 반도체기업 中 투자 금지”… 韓 최대한 ‘유예’ 받아내야

입력 | 2023-02-13 00:00:00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공표한 반도체지원법, 일명 ‘칩스법’ 이행에 필요한 세부 규정을 조만간 발표한다. 미 반도체법은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시설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게 가드레일의 핵심이다.

최근 각국에서 탐지된 중국 정찰풍선 사태를 계기로 미 정부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등 중국 첨단 기술산업에 대한 투자를 추가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에서 서방 제조 부품이 발견되면서 첨단 기술 분야의 대중 견제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이달 중 가드레일 조항 등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칩스법 사정권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에도 핵심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두 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중국에서의 장비 교체나 공장 증설 등이 막혀 사실상 중국 반도체 공장 운영이 힘들어진다.

더군다나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이어서 미국의 대중 투자 규제가 시행되면 한국 경제 전반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가드레일의 예외 적용을 받는 것이 최선책이다. 중국 공장 유지를 위한 필수설비 투자는 예외로 인정받고 유예 기간을 최대한 보장받는 것이다. 이번 반도체법과 별개로 미국이 작년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기업에 1년 유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조율하고 민관의 모든 채널을 동원해 유예를 받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일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을 차별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 때처럼 뒷북 대응이 반복되면 우리 기업의 피해와 정부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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