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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계 갈라놓은 우크라戰 1년, 민주진영 더욱 단단해졌다

입력 | 2023-02-13 00:00:00

AP 뉴시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으며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1년(24일)을 앞두고 전차와 보병부대를 전선에 대거 배치한 러시아가 본격적인 대공세의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시적인 전과로 개전 1주년을 기념하면서 그 정당성을 홍보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조감이 묻어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막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독재자의 ‘최단기간 승리’라는 착각과 오판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이 되도록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진창에 빠져 있다. 그 참혹한 결과는 전쟁의 야만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군의 사상자는 모두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역이 전쟁의 참화 속에 황폐화됐고, 국민 30%가 난민으로 전락했다. 무차별 폭격과 집단학살이 낳은 민간인 사망자도 부지기수다.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이자 세계 2위의 군사 강국인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막아낸 것은 무엇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였다. 갈수록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는 러시아군이 ‘국민의 군대’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크라이나에 국제사회는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푸틴의 핵전쟁 위협에 직접 개입은 자제하면서도 최근엔 전차까지 보내기로 했다. 전투기 지원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뜩이나 격화되던 신냉전 기류 속에 민주진영 대 독재진영의 대결구도를 한층 뚜렷하게 만들었다. 특히 푸틴의 주권 유린 침략전쟁은 서방 민주진영의 연대와 단결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핀란드 스웨덴 같은 중립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서두르고 있고, 옛 소련의 일원이던 중앙아시아 국가마저 ‘탈(脫)러시아’ 행보를 걷고 있다. 앞으로도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과 전쟁 자원 고갈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곧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무승부’의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푸틴 정권이 붕괴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장기 소모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소련의 붕괴를 가져온 아프가니스탄 10년 전쟁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과 서방의 연대가 계속되는 한 푸틴은 승산 없는 ‘자멸의 전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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