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행복의 비결은 이것이다. 당신의 관심을 가능한 한 넓혀라. 당신에게 흥미를 주는 사물과 사람에 대해서 적대적이기보다는 될 수 있는 대로 다정한 반응을 보여라.”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중에서
특별할 것이 없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서 러셀은 흔히 인생의 지혜로 통용되는 것의 정반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면 어떨까?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여러 관심사에서 은퇴하고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러셀의 관점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자신을 제한하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관심을 쏟을 대상을 줄여 나갈수록, 남은 항목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대상들은 우리의 높아진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진다. 그 결과 우리의 불행은 점점 높은 확률로 확실해진다.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소설에는 삶이 저무는 것을 예감하고 모든 것을 처분하는 노인이 나온다. 트렁크 하나만 남기고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정리하고 보니, 죽음을 맞이할 침대 외에는 정말로 갈 곳이 없어졌다.
아무도 그런 식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계속 새로운 것을 읽고 배우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살고 싶다. 주변에서 “그 나이에 뭘 그런 것까지 관심을 갖느냐”는 핀잔을 듣는다면, 당신은 늘그막의 인생을 현명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김영준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