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다룬 ‘인센디어리스’로 美문단 주목 끈 작가 권오경
권오경 작가는 “눈 밑에 아이섀도를 짙게 바른 건 아시아계 미국인은 약하고 순종적이라는 편견에 저항하기 위해 찾은 나만의 방식”이라고 했다. 사진작가 스미타 마한티 제공
“‘사랑하는 두 사람이 종교적인 이유로 세계관이 너무나도 다르다면 어떨까’란 질문에서 출발한 소설입니다.”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이 소설은 사이비 종교 교주 존 릴, 어머니의 죽음 후 이 종교에 빠져 임신 중절 수술 병원을 공격하는 테러범이 되는 한국계 여성 피비, 신학대를 그만둔 뒤 사랑하게 된 피비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걸 막으려는 윌까지, 세 인물의 관점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이를 통해 신앙인과 비신앙인 간 세계관의 간극을 보여준다.
신앙을 잃은 경험은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반영됐다. 깊은 신앙을 가져본 윌은 “피비가 간절히 찾는 건 상실을 복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간파한다.
거침없는 문장과 흡입력 있는 서사로 낙태와 테러 등 미국 사회의 문제를 두루 짚은 이 소설로 권 작가는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주목받는 작가 4인’에 꼽혔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7개 언어로 번역됐다.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있다.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
“정말 신나고 흥분되는 일이에요. 지난 5년간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계 이야기나 인물은 인기가 없다’는 할리우드의 인식이 틀렸음을 잘 증명해 왔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간 그는 금융계에서 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가 7년째 작업하는 차기작은 발레리나와 여성 사진작가의 사랑과 야망을 다뤘다. 권 작가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다. 그는 여성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늘 의문을 갖고 있었고, 이를 소설로 풀어냈다.
“문학은 외로움을 치유하는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실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려 합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