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외식비-기름값 등 다 올라 봄나들이 인플레… “나갈 엄두 안나”
유치원생 남매를 키우는 김모 씨(44)는 최근 봄나들이 계획을 접었다. 당초 큰아이의 다음 달 생일에 맞춰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입장권 가격이 오르는 데다 추로스와 음료수, 장난감, 식사 등 각종 비용도 비싸져 예상 지출액만 30만 원 넘게 나왔다. 그는 “한 달 생활비의 10분의 1을 하루 여가비로 날릴 순 없지 않느냐”며 “아이들에게 집 근처 키즈카페에 가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추위가 풀리고 봄방학이 시작됐지만 “봄나들이 갈 엄두가 안 난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외식비까지 급등하면서 4인 가족이 외출하려면 하루 30만 원 이상이 드는 ‘봄나들이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테마파크 6만원 넘고, 버거세트 6000원 훌쩍… “봄나들이 겁나네”
4인가족 나들이 ‘30만원+α’ 든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30년만에 최고
‘저렴한 한끼’ 빅맥도 5000원 돌파
“가격인상 주기 단축… 체감 더 클것”
두 아이를 키우는 유모 씨(41)는 다음 달부터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 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이용권 가입 생각을 버렸다. 대인과 소인 가격이 각각 29만 원, 23만 원으로 올라 4인 가족이 모두 가입하면 104만 원을 내야 한다. 기존(총 96만 원)보다 8.3% 비싸지는 것.유 씨는 “아무래도 100만 원 넘는 돈을 주고 이용권을 끊는 건 무리”라며 “아이들이 테마파크를 워낙 좋아해 안 갈 순 없고 가는 횟수를 줄이고 가더라도 하루 입장권을 끊을 생각”이라고 했다.
봄나들이 물가가 대폭 오른 이유는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며 테마파크와 영화관 등 대표적인 여가시설이 가격을 인상한 데다 외식 물가가 줄줄이 오른 영향이 크다.
롯데월드는 이미 지난해 4월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9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올렸다. 양대 테마파크 하루 이용권이 6만 원을 넘긴 셈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물가,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했다.
식품 가격 인상도 봄나들이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7.7%)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외식 물가 전 품목(39개)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올랐다. 나들이 음식 대표 격인 김밥(11.0%), 떡볶이(10.6%), 라면(10.3%)이 모두 10% 넘는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과거 최소 1년이었던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주기는 최근 6∼8개월로 단축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 특히 ‘저렴한 한 끼’로 인기였던 햄버거 가격이 잇달아 오르며 체감 물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맥도날드 ‘빅맥’ 단품 가격은 처음으로 5000원을 넘게 됐다.
맥도날드는 16일부터 햄버거와 탄산음료 등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대표 제품인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단품은 각각 4900원에서 5200원으로 300원씩 오른다. 신세계푸드도 15일부터 노브랜드 버거의 메뉴 23종 가격을 평균 4.8% 올린다. 역시 6개월 만이다. 인기 메뉴인 ‘NBB 오리지널 세트’ 가격은 5200원에서 5400원으로, ‘NBB 시그니처 세트’는 5900원에서 6300원으로 인상된다.
가족을 대동하고 1만 원짜리 콤보(팝콘 라지 1개, 탄산음료 2개) 먹고 점심까지 사 먹으면 일반관을 간다 해도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 씨(58)는 “요즘엔 25년 만에 재개봉하는 타이타닉 같은 대작 아니면 영화관을 안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