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시내가 지진으로 인해 건물들이 무너져 폐허로 변해있다. 이스켄데룬=뉴시스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 남동부의 한 도시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고, 건물 한 채 무너지지 않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비즈니스터키투데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있는 인구 4만2000명 규모 도시 에르진에서는 인명 피해와 건물 붕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타이주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10개 주 중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이다. 2만 명이 넘는 튀르키예 지진 사망자 중 하타이주에서만 3000명 이상 숨졌다. 하타이주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도시는 에르진이 유일하다.
화살표로 표시된 곳이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주 에르진 지역이다. 구글 지도
외케스 엘마소글루 에르진 시장은 “우리는 지진으로 목숨을 잃지 않았다. 건물도 무너지지 않아 잔해도 없다”며 “우리는 불법 건축물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불법 건축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고 ‘이 나라에 당신 말고는 정직한 사람이 없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끝까지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은 결과, 이번 대지진 때 피해가 없었다.
엘마소글루 시장은 “건축과 관련 방침은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불법 건축 시도를 100% 막을 순 없을지라도 어떤 단계에서는 불법 건축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불법 건축을 막는 고강도 건축 규제가 지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지진 전문가 나시 고루르 박사는 “계속되는 강진 속에서도 계속 살기 위해선 내진 설계된 도시 건설이 필요하다. 에르진이 그 예”라며 “엘마소글루 시장이 말한 것처럼 (불법 건축물 통제는) 지진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일대 지진피해 현장에서 구조 및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뉴시스
튀르키예에서는 방진 규제를 통과한 신축 건물까지 무너지자 부실공사 책임론이 대두됐다.
또 약 880억 리라(약 5조9000억 원)에 달하는 지진세의 사용처가 불분명해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북서부 이즈미트 대지진 이후 재난 예방과 응급 서비스 개선에 쓰겠다며 지진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참사 때 시민들은 “재난 발생 후 첫 12시간 동안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인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