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이 튀르키예 지진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처를 비판했다.
튀르기예(옛 터키) 출신 작가인 파묵은 11일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구호품이 급파됐지만,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은 피해 지역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도로에서 몇 시간동안 꼼짝을 못하고 있다”며 “아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민들이 공무수행 차량과 경찰, 공무원의 길을 막고 항의하기 시작한다. 나는 국민들이 그렇게 화난 것을 본 적이 없다. 지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나서야 구호팀이 도착했지만, 너무 미약하고 늦었다”며 정부의 구호 작업이 지연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전과 통신망의 혼선으로 도로가 폐쇄되고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 소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SNS(소셜미디어)에서 일부 마을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걸 알려주는 게시물을 본다”고 말했다. “놀랍고 충격적인 규모의 재난”이라며 “‘정부는 어디 있어, 구조대는 어디 있지?”라고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아울러 파묵은 ”1만7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 마르마라 지진의 느낌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마르마라 지진 이후 나는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가득 찬 콘크리트 폐허 속을 몇 시간 동안 헤매었고 잔해 일부를 치우는 것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도울 수 없었다. 잊고 싶지만 끝내 잊지 못한 좌절과 슬픔과 함께 그날의 잔상이 머물러 있다“고 고백했다.
한편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묵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거장이다. 작품을 통해 터키의 역사와 사회를 입체적으로 비췄으며, 터키 내 소수민족들에 대한 처우와 이들의 인권 등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