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71)이 6일 지진이 발생한 후 처참한 현지 상황을 전하며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했다.
파묵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무너진 콘크리트에 깔린 소녀. 무얼 해야할 지 모르는 남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재난이 발생한 지) 이틀 뒤에서야 구호 활동이 시작됐지만 이재민에게는 너무 미미하고 때늦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도로가 폐쇄되고 정전에다 통신망이 망가지면서 휴대전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은 지방 도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집과 가족,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과 강진 여파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어떤 조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며 벌어진 상황을 “종말론적 광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음식을 찾으러 거리를 헤맸고, 폐허가 된 16층 건물의 잔해를 맨손으로 파헤쳤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들은 놀랍고 충격적인 재앙의 규모와 참혹하게 버려졌다는 절망감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SNS에 올라온 피해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정부와 구조대는 어디에 있나?’라고 외치는 것 같다”고 했다.
글의 제목은 SNS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을 담은 것이다. 영상에서 소녀는 콘크리트 건물 더미에 깔린 채 소리치며 “동생도 여기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영상을 찍은 남성이 “반드시 구해주러 오겠다”며 가려고 하자 소녀는 “가지 마세요”라고 애원한다. 파묵은 이 소녀가 구출되는 영상을 기다렸지만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999년 1만 7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튀르키예 마르마라 지진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의 좌절과 슬픔이 오랜 시간 남았다. 이제 그런 잔상은 새롭고도 익숙한 참상에 밀려나고 있다. 무력감이 엄습한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