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난 전세사기 여파로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임대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잇따르는 전세사기에 정부도, 집주인도, 공인중개사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아파트보다 저렴해 많은 서민에게 주거를 제공해온 빌라 임대차 시장의 근간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근 3개월 동안 이뤄진 수도권 빌라 임대차 계약 10건 중 1건은 2년 전엔 전세로 계약됐다가 이번에 월세로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뒤 월세로의 전환이 두드러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빌라 전세 거래량은 전달보다 18%나 줄었다. 전세사기 걱정에 월세만 찾는 사람들이 늘고, 월세 보증금조차 불안해 ‘주세(週貰)’까지 등장할 정도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전제로 하는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계약 전에 꼼꼼히 확인했는데 사기를 피할 수 없었던 사례를 보면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등기부등본도, 감정평가사의 감정가격도, 공인중개사의 설명도 믿을 수 없고 최후의 보루였던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렇다 보니 선량한 임대인조차 잠재적 ‘사기꾼’으로 의심받을 정도다. 집주인이 돈을 돌려줄 여력이 있는지 재직증명서와 납세증명서를 요구하는 세입자들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