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꿀 미래에 대한 상상 커져 분야별 챗GPT 활용에 대한 원칙 세울 때 사이버 공격 등 악용도 대비해 공존법 찾아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지난 몇 주는 그 어떤 모임에서든 챗GPT(ChatGPT·‘오픈AI’가 공개한 초거대 인공지능 기반 챗봇)가 언급되지 않은 적이 없다. 논문 초록 작성, 영문 에디팅, 음식 조리법 추천, 광고 카피 제안, 프로그램 코딩 등. 각자 자신이 경험한 챗GPT를 통해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를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으로 상상해본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언론에서는 출시 5일 만에 챗GPT의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이 인공지능 시스템이 미국 로스쿨 시험,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석사 시험, 미국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했다며 놀라워했다. 이후에도 챗GPT의 능력을 검증하는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가 글, 그림, 음악, 영상 등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챗GPT는 대화의 문맥을 이해하고 문맥에 따라 대답을 내놓는다. 따라서 대화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답변은 만족스러워지고, 질문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챗GPT의 한계와 오용 가능성을 걱정한다. 챗GPT는 가장 최신의 데이터까지는 학습되지 않아 정작 우리가 궁금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지 못하며, 간혹 잘못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챗GPT의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분야별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여 업무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동시에 챗GPT를 기존의 업무 방식과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당장 대학에서는 챗GPT를 사용한 학생들의 과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검토 중이다. 챗GPT를 사용했음을 명시하고 사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보의 신뢰성이 완전하지 않고 학습의 관점에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지식의 원천이 주로 교수에게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식이 도처에 널려 있는 지금,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찾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챗GPT의 활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어떻게 적절히 활용하도록 할 것인지 그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는 챗GPT 등의 대규모 언어 모델의 사용에 대해 첫째, 이를 연구 논문의 저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둘째, 이를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논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인더스트리 앤드 이노베이션’이라는 국제학술지에서는 혁신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특집호를 발간했다. 해당 특집호에서는 실제 인류가 혁신을 지속해 오는 과정에서 여러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기술 혁신은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보복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에어컨이 외부 온도를 높이거나, 도로를 확장하면 교통량이 늘어나 오히려 도로가 더 혼잡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긍정적인 효과만을 기대했던 기술 혁신이 제품이나 서비스 수명 주기 관점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플라스틱 텀블러의 경우 충분히 많은 횟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폐기 과정에서 오히려 대량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혁신은 작업 환경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클라우드 기술이나 업무용 메신저는 집과 회사의 경계를 무너뜨려 일과 삶의 균형을 깬다.
챗GPT로 실감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도 마찬가지다. 챗GPT의 개발자조차 이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악성코드 제작이나 피싱 사이트로의 유도가 좀 더 쉬워지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싶다면 이러한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