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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김현수]인플레이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23-02-14 03:00:00

美 연준 1년간 인상 가속, 금리 5% 눈앞
디스인플레이션 낙관 속 경고음 또 울려



김현수 뉴욕 특파원


“연말 금리가 2%대가 될 수 있다고?”

지난해 3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나온 점도표에 시장은 아연실색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연도별 금리 수준 전망을 각각 점을 찍어 보여주는 표다. 점도표상 지난해 말 금리 중간값은 1.9%였고 일부는 2%가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로(0)금리에 익숙했던 당시 시장에 2%대는 놀라운 수치였다.

실제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미국 기준금리는 계속 올랐고 지난해 12월 말 4.25∼4.5%까지 치솟았다. 연준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받아본다. 그런데도 금리 전망 예측이 1년 전 1%대에서 실제 4%대 중반을 기록할 정도로 빗나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2%대 금리는 ‘아득히 먼 옛날 그런 시절도 있었다’ 같은 느낌이다. 지난해 3월, 3년 3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연준은 1년 만에 5% 금리의 문으로 향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대담에서 “FOMC 의사 결정 과정은 일주일 걸린다”고 말했다. FOMC 정례회의 전 모든 참석자는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작성한 경제상황 보고서를 받아보고 이를 평가하면서 의사 결정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 정부가 때때로 중요한 경제지표 발표 전날 밤 ‘살짝’ 자신에게만 귀띔해 준다고도 했다.

어느 경제기관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데이터를 살펴보는 FOMC 위원들조차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지난해 인플레이션은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지표 하나에 낙관론이 펼쳐졌다가 이내 비관론으로 바뀌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감(感)’도 널을 뛰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고용 폭발’ 지표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전반적 키워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었다. 파월 의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을 15차례나 언급했다. 40년 만에 닥친 인플레이션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업률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물가를 내릴 수 있는 ‘완벽한(Immaculate)’ 디스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에 실현되고 있다는 환호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미국 1월 실업률이 1969년 이래 가장 낮은 3.4%를 기록하는 등 고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서비스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와중에 휘발유값도 슬금슬금 다시 오르고 있다. 미국 내 중고차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맨하임 중고차 지수’도 1월 2.5% 오르는 등 상승세로 전환했다.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명한 거시경제학자인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해 말 본보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이 (9%대에서) 4%대까지 떨어지는 것은 쉽지만 연준 목표인 2%대까지 내려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망했다. ‘금리를 올려 실업자를 양산해 물가를 잡는다’는 1970년대식 금리 인상에 반대해 온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 주창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조차 “이를 독트린(교리)으로 보는 지나친 낙관론도 걱정스럽다”며 조심스럽게 언급할 정도다.

14일 공개될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인플레이션 쇼크가 될지 디스인플레이션 신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