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찰풍선’ 첨예한 대립
美, ‘정찰풍선’ 긴장속 남중국해 항모 훈련 미국 해군 7함대가 12일(현지 시간) 남중국해에서 원정 타격군 훈련의 일환으로 핵항공모함 니미츠에서 EA-18G 그라울러 전투기를 이륙시키고 있다. 이번 훈련은 미군이 자국 영공에 침입한 중국 정찰풍선 등 미확인 비행체를 잇달아 격추한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은 12일(현지 시간) 자국 영공을 침입한 또 다른 미확인 비행체를 격추했다. 북미 상공에 출현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사흘 연속 격추이며, 4일 중국 정찰풍선까지 포함하면 이달 들어 네 번째다. 이에 중국은 13일 “지난해 1월 이후 미국 풍선이 10차례 이상 중국 영공으로 넘어왔다”며 ‘맞불’을 놨다. 또 산둥반도 인근 해상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했다며 격추를 예고했다. 중국 정찰풍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중-러, 美 감시 정찰 역량 시험하는 듯”
미 국방부는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F-16 전투기가 미시간주 휴런 호수 상공 2만 피트(약 6km)에서 비행물체를 격추했다”며 “비행경로를 고려할 때 몬태나주 군사기지로 향하던 물체의 레이더 신호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격추된 비행체는 팔각 모양으로 아래에 실이 달려 있으나 다른 장치는 식별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앞서 미국은 4일 미 대륙을 횡단한 중국 정찰풍선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변 상공에서 쏴 떨어뜨렸고 10, 11일에는 각각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격추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의 감시 정찰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얼마나 빨리 영공 침입을 인지하고 대응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이들 물체를 보냈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ABC방송에 연이어 격추된 미확인 비행체 2개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보고를 받았다”며 “(백악관은) 풍선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中 “산둥서 미확인 비행체 포착, 격추할 것”
정찰풍선 사태로 수세에 몰린 중국은 산둥반도 인근 해상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하고 격추할 계획이라고 지무신문, 펑파이 같은 중국 매체가 13일 보도했다. 산둥반도 칭다오에는 핵잠수함 및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정박한 장거좡(姜哥庄) 해군기지가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즉시 격추하지 않고 ‘격추 예고’를 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에 더 이상 이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중국 매체들은 미확인 비행체의 종류와 소속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1월 이후 미국 풍선이 10차례 이상 중국 영공으로 넘어왔다”면서 이번에 격추를 예고한 미확인 비행체도 미국 풍선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왕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을 모욕하고 책망할 일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 해군 7함대는 이날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과 해병 상륙부대 등이 전날 남중국해에서 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중국군도 이날부터 17일까지 랴오둥반도 인근 서해 해상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20차례 이상 해상 훈련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훈련이 한동안 뜸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