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시장 ‘사기 후폭풍’] “사기꾼으로 매도되는 분위기” 토로 등록임대사업자도 악용 사례 불똥 전문가 “전세시장 전반 흔들릴수도”
은퇴자 A 씨(70)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보유한 전용면적 33㎡짜리 빌라는 지난해 10월 세입자가 방을 뺀 뒤 3개월 넘게 공실 상태다. 세입자 문의가 없자 전셋값을 시세보다 3000만 원 낮춰 지난달 겨우 세입자를 찾고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최근 계약 취소를 당했다. 그는 “화곡동에서 전세사기가 대거 발생했다는 이유로 화곡동 집주인들이 모두 사기꾼으로 매도당하며 생계형 임대사업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세사기 확산으로 ‘빌라 전세=사기’라는 인식이 번지며 선량한 임대인들까지 빌라 공실과 계약 취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라면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경기 안양시 안양동에 방 3개짜리 빌라를 소유한 등록임대사업자 B 씨는 이달 초 별다른 이유 없이 전세 계약 취소를 당했다. 세입자 주변에서 ‘임대사업자가 전세사기꾼일 수 있다’며 빌라 전세 계약을 말렸다는 것. ‘등록임대사업자는 전세반환 보증 가입 의무가 있다’고 세입자를 안심시키고 실제론 보증에 가입하지 않는 등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악용한 전세사기가 빚어낸 일이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등록임대사업자는 전세 인상률 상한(직전 계약의 5%)이 정해져 있어 전셋값 폭등기에도 시세보다 싸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전세사기로 선량한 임대인까지 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