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으로 2000년을 넘게 버텨온 가지안테프 성이 붕괴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천년의 세월을 이겨낸 고성도 몇 분의 강진을 버티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13일(현지시간) 이번 지진의 1차 진앙지인 가지안테프를 찾았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가지안테프 성은 고대 히타이트 시기부터 내려오는 유적지다. 성벽은 로마시대에 건설돼 2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성은 독립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로, 현대사를 장식하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인류가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성벽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변에 줄을 설치 했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성벽 아래로 접근하자 주변에 있던 어린이가 다가와 기자의 팔을 잡아 당겼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의미로 보였다. 근처에 있던 주변 상인은 “어제도 성벽이 일부 무너져 파편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입장료를 내고 운영하던 곳이지만 안내 센터는 굳게 문을 닫았다. 언제 운영이 재개될 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주변에는 약 20동 규모의 이재민 임시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성벽 주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언제라도 성벽 파편이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가지안테프 시내는 이곳이 진앙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한 모습이었다. 시내 곳곳을 돌아 봤지만 금이 간 건물 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시내 공터 곳곳은 이재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지안테프 역 앞 광장은 시내에서 이재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의 이재민들은 노후한 건물이 많은 도시 외곽에 살았던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생활고로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이 지진 피해까지 겪게 됐다.
임시 거주 시설 한 동은 성인 4~5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크기다. 거기에 옷가지나 생활용품 등 짐을 놓으면 자리는 더 비좁아진다.
하지만 여기 거주하는 가족들은 대부분 아이까지 합하면 1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길 한 가운데에서 설거지를 하고 옷가지를 말리는 등 이재민들의 열악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멧씨는 기자에게 “지진으로 집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물도, 음식도 여전히 부족하다, 추운 날씨도 문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진 희생자가 된 고인을 떠나 보내는 안타까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성직자가 장례 절차를 시작하자 한 여성은 터져 나오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다른 남성은 먹먹한 표정으로 의식을 지켜봤다.
남성들이 삽으로 무덤을 덮는 순간 유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커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난에 고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유족들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묘지를 뒤덮었다.
이날 기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사망자는 3만6217명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에서 3만1643명, 시리아에서 4574명이 숨졌다.
[가지안테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