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팔리 미국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 AP 뉴시스
“포드는 두 가지 배터리 방식 생산 기지를 모두 갖춘 미국 최초의 기업이 됐다.”
짐 팔리 미국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로물루스의 배터리 개발센터 ‘이온 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SK온과 합작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이어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확보하게 됐다는 선언이다.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이 미국의 ‘안방’에 진입한다는 소식에 국내 배터리업계는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미국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안에 따른 중국 견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데다 북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형 LFP 배터리 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가 공개한 IRA 백서에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채굴뿐 아니라 ‘가공 등 부가가치의 50% 이상을 창출한 지역이 미국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경우’에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산 리튬을 들여와 미시간주 공장에서 양극재 등 핵심 부품을 제조하고 이를 배터리에 적용할 경우 IRA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IRA 규제로 미국 시장에서 CATL을 비롯한 중국 경쟁업체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기대해 온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IRA 발표 이후 주요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IRA 적용 유예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지속하며 활로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미국 완성차 업체가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와 현지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허를 찔린 셈이다.
향후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워 이 같은 우회로를 지속할 경우 아직까지 LFP 배터리를 갖고 있지 않은 국내 업계의 북미 시장 입지가 축소될 우려도 제기된다. LFP 배터리는 국내 업계의 주력인 NCM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적고 가격이 30%가량 저렴하지만 출력과 주행거리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확대로 LFP 배터리의 출력 수준도 상당 부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도 LFP 배터리를 연구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을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단계다.
그간 내수 시장 위주였던 중국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보폭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시장(중국 시장 제외) 점유율은 전년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반면 CATL의 점유율은 8.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