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공유해야 혁신 성과 높여
조직 내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집단을 넘나드는 ‘브로커’가 되는 게 유리하다. 여기서 브로커란 ‘거래를 중개한다’는 본래 의미를 살려,여러 조직을 오가며 정보를 습득하고 퍼나르는 사람들을 뜻한다.
브로커는 다양한 정보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정보가 많다고 한들 모든 브로커가 같은 수준의 혁신 성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집단에 정보를 넘기거나 성과를 빼돌리는 등 불순한 동기가 있다고 의심받으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큰 혁신 성과를 내려면 집단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보코니대의 알레산드로 이오리오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브로커가 혁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폐쇄형’과 ‘개방형’ 네트워크의 이점을 동시에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폐쇄형 네트워크란 구성원들이 서로 강한 관계로 묶여 하나로 응집돼 있는 형태를 말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주고받는 정보가 동질적이고 중복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개방형 네트워크란 원래 연결되지 않았던 집단들이 브로커를 통해 매개되는 형태를 가리킨다. 이런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이질적이고 참신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정서적 유대나 신뢰, 평판 같은 사회적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회네트워크 연구는 두 네트워크를 상호 배타적으로 보던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폐쇄와 개방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조직 내에서는 실제 네트워크 구조만큼이나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구조가 중요하며, 사회적 인식이 개인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결국 혁신 구현의 선행 요소는 신뢰다. 혁신의 성과가 집단 구성원들과 공유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제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도 빛을 발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 그리고 이익을 더 큰 커뮤니티와 공유해야 혁신 성과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임이숙 한양대 ERICA 경영학부 조교수 yl2296@hanya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