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팔리 미국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 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ATL과의 현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협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포드 자동차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35억 달러(약 4조5000억 원)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6년 완공돼 포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 기업들이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허를 찌르는 투자 결정이다.
이번 합작은 포드가 공장 지분을 100% 갖고 CATL은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해 공장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하면 값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IRA를 우회해 대당 최대 7500달러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을 절반 이상 받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경제안보 정책조차 기업 이익 앞에서는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IRA의 차별적 조항으로 동맹인 한국의 전기차 업체들이 애꿎은 피해를 본다는 항의에 “즉각적으로 혜택을 보는 기업들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중국 기업 배제의 반사이익을 내심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조 단위 자금을 투자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 혹은 추진 중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 업체들까지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미중 간 경쟁과 맞물린 핵심 산업의 공급망 규제와 자국 우선주의 확산, 글로벌 합종연횡 등으로 대외적 경제 환경은 점점 살벌해지고 있다.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간 끌려다니기만 하다 국익만 훼손당할 판이다. 정부는 3월까지 진행되는 미국 재무부의 IRA 시행세칙 조정 과정에서 배터리 광물 조건 완화 같은 기업들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RA와 관련해 뒤통수만 맞고 있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