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요금 2월 고지서 받고 한숨 주머니 가벼운 1020 학생이 주고객 20% 할인에도 신규등록 ‘0명’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라”
10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역 인근 한 PC방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이문수 기자 doorhand@donga.com
“겨울방학 성수기는 옛말입니다. 1월분 공과금 청구서가 두렵습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에서 홀로 계산대를 지키던 사장 황규태 씨(44)는 “최근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합쳐서 2배 가까이로 올랐는데 손님 발걸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2021년만 해도 한 달 평균 공과금이 100만 원이었는데 올 1월(지난해 12월분)에는 180만 원으로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황 씨는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곧 매출이 회복될 거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출은 오르지 않은 반면 공공요금은 가파르게 오르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줄고, 공과금은 늘고”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도시가스 협력사에서 직원이 1월분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 발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 9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황 씨의 PC방을 찾았을 때 총 70석에 10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 손님은 2, 3명에 불과했다. 황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년 매출의 70%가 방학철 학생들로부터 나왔다”며 “많을 때는 학생들만 하루 100명씩 왔는데 지금은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고 하루 손님이 20명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2월 난방비 폭탄’에 깊어지는 시름
노래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일 오후 9시경 서울 관악구의 한 코인노래방에는 방 30개 중 8개만 차 있었다. 사장 박모 씨(42)는 “주머니가 가벼운 10, 20대 학생이 주 고객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하루 평균 50팀에서 30팀으로 40%가량 줄었다. 1월분 공과금은 더 오를 텐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독서실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끊겼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일대 독서실 14곳 중 4곳에는 ‘임대, 폐업’이라고 쓴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영업 중인 독서실 한 곳은 220석 중 10여 명만 자리를 채운 상태였다. 이 독서실 사장 김모 씨(61)는 “방학을 맞아 등록비 20% 할인 행사까지 했지만 신규 등록자가 1명도 없었다”며 “지난해 70만 원이었던 난방비가 지난달 130만 원까지 올랐는데 학생은 절반으로 줄었다. 매출이 월 60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9조 원을 넘어 올해 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황을 고려해 올 1분기(1∼3월) 가스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4∼6월) 이후에는 가스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