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품은 퇴준생들] MZ세대 중심 유행처럼 번져 19~34세 청년층 70% “긍정적” “급여外 복지 등 공정보상 해야” 지적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지연(가명·28·여) 씨는 최근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결심했다. 이 씨는 “박봉과 업무 스트레스에 지쳤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있다”고 했다.
●‘조용한 퇴사’ 번지는 사무실
‘조용한 퇴사’는 실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화제가 됐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3년 차 비서 강수진(가명·26·여) 씨도 조용한 퇴사자다. 강 씨는 “내 생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퇴근시간 후까지 남아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상사로부터 ‘우리 때는 안 그랬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패션 회사에서 일하는 김민지(가명·26·여) 씨도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 눈치를 보느라 새벽에 퇴근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더 이상 이곳에선 성장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매일 칼퇴근한다”며 “업무 시간 외 연락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했다.
●조용한 퇴사, 청년층은 70%가 “긍정적”
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이 함께 실시한 ‘청년 이·퇴직 인식조사’에서 청년층의 ‘조용한 퇴사’에 대한 청년층과 기성세대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다.만 19∼34세 청년층의 70%는 조용한 퇴사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만 35세 이상 기성세대의 경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66%에 달했고,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3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입사 후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해 실망한 청년들이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자신보다 일을 덜 하는 반면 급여는 많이 받는 윗사람 등을 보면서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의 윤경욱 대표는 “청년층이 기성세대보다 공정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급여 외에도 휴가, 사내복지 등에서 공정한 보상체계를 갖춰 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은 조용한 퇴사를 막고 청년 사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조용한 퇴사를 막기 위해 성과와 업무에 따른 직무급여 차등 지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실제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 할 일만 최소한으로 하는 것.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