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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카카오T에 257억 과징금… “가맹택시 콜 몰아줘”

입력 | 2023-02-15 03:00:00

“블루택시 늘리려고 배차방식 조작
일반택시보다 月최고 321건 더 받아”
사측 “승차거부 막는 방식” 소송 검토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수를 늘리려고 배차 방식을 조작하고 호출을 몰아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 원(잠정)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의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부당하게 카카오T 블루 택시를 우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일반 호출’과 최대 3000원까지 수수료를 내는 ‘블루 호출’로 나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같은 조건인 일반 호출을 배차할 때도 가맹(블루) 택시를 우대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2020년 4월 중순 카카오T 블루가 일정 거리(6분 거리) 내에 있으면 더 가까운 곳(0∼5분)에 일반 택시가 있어도 가맹 택시를 우선 배차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은 “너무 압도적으로 몰아주면 말이 나올 수 있다” 등의 온라인 대화를 나눴다. 2020년 4월부터는 배차 수락률이 높은 기사가 더 많은 배차를 받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기사 1명을 우선 배차하는 방식인데 그 대상을 수락률이 40∼50%를 넘는 기사로 제한했다. 수락률 기준이 일반 택시에 불리하게 설계돼 가맹 택시가 우선 배차를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2020년 2월부터는 수익이 낮은 1km 미만의 단거리 배차는 가맹 택시 대신 일반 택시에 몰아줬다.

공정위는 “조건을 설정해 은밀히 배차 방식을 바꾼 것은 우선 배차에 대한 의혹이 택시운전사나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되고 내부적으로도 공정위에 적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가맹 택시는 일반 택시보다 월평균 35∼321건의 호출을 더 받았고, 평균 수입도 1.04∼2.21배 높았다. 수입이 높아지면서 2019년 말 1507대 수준이던 카카오T 블루 가맹 택시 수는 2021년 말 3만6253대로 급증했다. 공정위는 “가맹 택시 수가 증가하면서 카카오T에 고착되는 승객과 기사의 수를 늘려 일반 호출 시장의 지배력도 강화됐다”며 “압도적인 지배력을 이용해 호출료와 기사 수수료를 인상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가 가격 차별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법성이 작은 거래조건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배차 시스템은 가맹 택시를 우대하는 게 아니라 승차 거부, 호출 골라잡기 행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에 이러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의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배차 수락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했다”며 “승객의 이동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정위가 차별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가맹 택시를 1km 미만의 단거리 호출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 가맹 구분 없이 이용자와 가까운 순서대로 배차를 받았기 때문에 특정 기사를 우대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행정소송 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택시업계의 영업 형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실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일부 사업자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 같다”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