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진으로 시리아에서 무너진 건물 벽체 사이에 갇힌 일곱 살 여자아이. 팔꿈치로 동생 머리를 감싸고 있다. 트위터 캡처
김재명 사진부 차장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한 지진으로 전 세계가 슬픔에 잠겼다. 외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멀쩡한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영상부터 마을 일대가 폭격을 맞은 듯 쑥대밭으로 변한 사진까지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건물 잔해에 갇힌 아이들의 사진은 인류 전체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한 도시에서는 붕괴된 아파트 콘크리트 안에 있는 작은 손을 잡은 채 망연자실 앉아 있는 남성 사진이 전송됐다. 새벽에 발생한 강진으로 할머니 집에서 잠을 자던 딸이 미처 침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아빠 얼굴에는 자식을 잃은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시리아에서는 무너진 건물 벽체 사이에 갇힌 일곱 살 여자아이가 팔꿈치로 동생 머리를 감싼 사진이 전 세계로 전해졌다. 겁에 질린 자매의 눈망울을 통해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국내외 많은 신문에 실린 이 사진은 시리아 북부 마을에서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탯줄이 달린 채 구조된 갓난아기도 있었다. 언론은 후속 취재를 통해 아랍어로 기적이라는 뜻의 ‘아야’라 불리며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회복 중인 아기의 사진을 추가 보도했다. 이후 입양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튀르키예와 적대 관계에 있는 그리스를 비롯해 70개국 이상이 구호대와 물자를 지원했으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구조 작업을 펼치는 등 전 세계가 인류애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로 보냈으며, 현재까지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던 배가 전복돼 타고 있던 세 살배기 아이가 튀르키예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장면은 유럽 각국이 외면해 왔던 난민 정책을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사진은 국제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이전에도 세계를 변화시킨 일이 있다. 1972년 6월 불붙은 옷을 벗어던지고 울먹이며 달려오는 ‘네이팜탄 소녀’ 사진은 베트남전의 참혹함을 전 세계에 알렸고, 반전 여론을 일으켰다. 이제는 중년이 된 사진 속 소녀는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의 순간을 기록하고 전쟁의 공포를 기록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사진을 찍었던 닉 우트는 “사진이 넘쳐나는 지금도 진실을 전달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사진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며, 매우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재난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도 ‘사진기를 내려놓고 구조를 도울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시리아에서 건물에 깔린 채 구조를 원했던 자매 사연을 알린 기자의 트위터에는 “녹화를 중단하고 구조하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기자로서 녹화를 하고 있다. 우리는 구조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다음 게시글에는 “구조된 자매와는 구조대가 장비를 가지고 오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현재 시리아 북부 병원에서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며 추가 상황을 설명했다.
김재명 사진부 차장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