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고향 모임 후배이자 성남시에서 백현동 개발 실무를 맡았던 팀장 A 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모임 등을 매개로 알게 된 일선 직원부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고위직까지 성남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7일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9명과 법인 1곳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심기보 전 성남시 부시장과 정 전 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김 전 대표, 시행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 씨와 법인, 실무를 맡았던 당시 성남시 직원들이 피의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피의자로 입건된 당시 도시계획과 팀장 A 씨는 김 전 대표의 ‘팔영회(전남 고흥 출신 모임)’ 후배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수사결과 통지서에 ‘김 전 대표와 A 씨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고,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부탁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A 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백현동 사업 참여를 적극 추진하지 않는 등 민간사업자가 이익을 독점하도록 업무를 처리해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백현동 의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 과정에서 시행사가 이 대표의 2006년 성남시장 선거 선대본부장 출신인 김 전 대표를 영입하고 4단계 용도상향 등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거졌다. 시행사는 김 전 대표 영입 전 두 차례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모두 반려당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해 ‘성남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로비스트’, ‘(지자체 허가를 대신 받아주는)허가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 전 실장과 115회에 걸쳐 통화를 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유 전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관계자 조사에도 돌입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에 대해 ‘김인섭이 하는 거다. 한번 살펴봐라’라는 취지로 내게 직접 말했다”며 “알아보니 이미 성남시가 공사와 상의 없이 용도변경 등 관련 업무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이날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에 반대했다가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전 성남시 공무원 B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B 씨는 2014년 백현동 사업을 담당한 공무원으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2단계만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 씨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고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의 4단계 용도상향을 허가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