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사회부
중소기업에 다니는 3년 차 직장인 이모 씨(28)는 퇴사하진 않지만 할 일만 최소한으로 하는 ‘조용한 퇴사’를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기자에게 “주변에도 비슷한 결심을 한 또래 직장인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기자 역시 ‘조용한 퇴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언뜻 이해가 안 갔다. 하는 일 없이 조직과 동료의 사기만 꺾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청년 직장인 여럿을 만나며 알게 된 것은 이들 역시 ‘더 나은 직장’을 원한다는 사실이었다.
취재 중 만난 조용한 퇴사자 5명 중 4명은 “언제든 이직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일부 기성세대는 이들을 가리켜 ‘애사심 없는 퇴준생(퇴사준비생)’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의욕을 꺾은 것은 약속과 다른 근무 환경, 수직적·강압적 조직 문화, 공정하지 못한 보상 등이었다.
회사와 상사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청년들을 억누르면서 ‘요즘 애들’ 불평만 한다면 퇴사 물결은 앞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 퇴사를 막고 싶다면 ‘더 나은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청년 직장인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하고 싶다.
동시대 청년으로서 조용한 퇴사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업무에 책임의식을 가져보면 어떨까. 유사 이래 세상을 바꾼 건 언제나 청년들의 에너지였다. 그리고 조용한 퇴사로는 정작 이직에 필요한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