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 우려-기대 교차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80)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자신에 대해 써보라고 했다. 서프는 1970년대에 현재 인터넷의 토대가 된 TCP/IP 개발에 기여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루(guru·대가)’다. 서프는 챗GPT가 내놓은 엉터리 대답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 통계적으로 파악한 문장의 패턴을 적었구나.’
서프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셀레스타 캐피털 주최로 열린 테크 서밋에서 이 일화를 소개하며 “쿨(cool)하다고 해서 챗봇 AI에 서둘러 투자하진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수준의 언어 생성형 AI는 학습한 데이터에서 사실을 골라내기보다 ‘특정 단어 뒤에 오는 단어’의 패턴을 늘어놓는 수준이어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 “틀렸는데 넘치는 자신감이 가장 큰 문제”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이후 세계는 생성형 AI의 진화에 매료되고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정보기술(IT) 매체 시넷에 따르면 서프는 챗GPT나 구글의 바드(Bard)를 두고 헛소리라는 뜻의 ‘뱀 기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챗GPT나 구글 버전(바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항상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기술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 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자기 이익만을 좇는 사람이 이런 기술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헤너시 알파벳 의장
● “10∼20년 안에 사람 지능 뛰어넘는다”
많은 한계와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챗GPT 열풍이 부는 지금이 과거 인터넷 검색 플랫폼이나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처럼 혁신의 분기점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헤너시 의장은 현 기술의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AI가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고 말했다.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과거 40∼50년 후쯤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10∼20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도 “챗GPT와 같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