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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노란봉투법’ 소위 처리… 與 “안건조정위 회부”

입력 | 2023-02-16 03:00:00

민주-정의당, 환노위서 가결시켜
與 “불법 파업 조장법” 강력 반발
대한상의 “기업 위축법 중단 촉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원 반대표를 던졌지만 의석수에서 야당에 밀린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며 즉각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소위는 여야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노란봉투법을 찬성 5, 반대 3으로 가결시켰다. 민주당(4석)과 정의당(1석)이 찬성했고, 국민의힘(3석)은 반대표를 던진 뒤 퇴장했다. 소위 의결 직전까지 여당 의원석에선 고성과 반발이 이어졌다.

이날 처리된 개정안은 민주당이 마련한 수정안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에 법적 노사 관계를 인정해 하청 노동자의 쟁의 범위가 원청까지 확대된다는 뜻이다. 근로자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됐고, 파업 근로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규정도 신설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불복 의사를 밝혔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회의장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나 “절대로 동의할 수 없고 (안건조정위에서) 또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간 의견차가 큰 안건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걸 막기 위해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하도록 한 제도다.

민주당은 6인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도 민주당 3석, 국민의힘 2석, 정의당 1석으로 구성되는 만큼 계획대로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에서 “산업 현장에 갈등과 불법을 부추기고 기업들을 더 움츠러들게 하는 노조법 개정 추진 중단을 국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野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방침… 與 “대통령 거부권 대상”



野주도 환노위 소위 통과

野 “합법파업 보장, 노사 모두 이익”
21일 환노위서 법안 처리 계획
與 “불법파업 조장, 위헌성 심각”



‘노란봉투법’ 통과 밝히는 野… 항의하는 與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이 가결된 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소위원장(왼쪽 사진 왼쪽)이 향후 법안 처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법 개정 시엔 법적 안정성, 예측성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법은 유기적 관계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것이다.”(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공청회, 소위를 통해 논의하고 경영계, 노동계, 시민사회 의견을 충분히 조정했다.”(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노란봉투법’이 15일 야당 주도로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까지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장기 계류할 경우 본회의 직회부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카드를 들고 나왔다.

● 野 “노사 모두 이익” 與 “대통령 거부권 대상”

이날 소위에서 여야는 법안 내용과 처리 절차를 둘러싸고 거세게 부딪쳤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주5일 근무제’를 언급하며 “(노란봉투법은) 진정한 노동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현행법상 노조 분쟁은 ‘이익 분쟁’만 가능하게 돼 있는데 ‘권리 분쟁’도 보장해 주면 노사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정 노조에 특혜를 주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말로만 민생을 떠들 뿐 민노총만 바라보며 불법 파업 조장법, 민노총 방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이제 의결하겠다”고 선언하자 고성과 함께 반대표를 던지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소위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법을 개정할 때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처음 본다”며 “절대로 동의할 수 없고 (안건조정위에서) 또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따진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상 안건조정위는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가 비교섭단체 몫으로 합류하면 4(야권) 대 2(국민의힘)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및 양곡관리법 때도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킨 바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꺼내들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불법 파업을 면책해 주자는 것은 헌법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강행해서 그런 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심각한 위헌성의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하청 근로자도 원청 상대로 교섭 요구 가능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행사 대상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도 할 수 있고,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단체교섭의 경우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의 경우 5000곳이 넘는 하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5000여 곳의 노조가 모두 삼성을 상대로 임금 등에 관해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가면서 파업도 벌일 수 있게 된다.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규정도 신설됐다. 개정안은 노조가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혀 배상해야 하는 경우 가담자 각각의 귀책사유,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달리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금까지 “노조는 회사에 100억 원을 배상하라” 식의 판결이 가능했다면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 개개인에게 각기 다른 금액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이런 식의 소송은 사측 입장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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