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시내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우회전 중인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현행법상 보행자가 있을 경우 우회전 차량엔 일시정지 의무가 있지만,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지난해 개정된 우회전 차량 관련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언론의 충분한 홍보 및 계도, 내비게이션 등을 통한 주의 문구 전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1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60대 버스기사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사고가 난 횡단보도는 보행신호등이 없는 곳으로 인도와 교통섬을 잇는 횡단보도였다고 한다. A씨는 우회전하면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채 주행하다 보행자를 살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이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피해 여성은 보행자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넜지만 운전자는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덤프트럭 운전자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운전자는 교차로 우회전 시 신호 여부에 관계없이 보행자가 있을 경우 횡단보도 직전(정지선)에 일시정지 해야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정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오래된 주행 습관과 홍보 부족 등을 이유로 꼽는다.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한솔(29)씨는 “아직까지 우회전하려고 할 때 습관적으로 사람이 안 다니면 그냥 가려고 할 때가 많다”며 “오래된 운전 습관이라 개정된 법이 체화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기영(29)씨도 “사실은 아직도 헷갈리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 들어봐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며 “개정법에 대한 홍보 보도가 많이 나왔다고 해도 체감상 잘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이 잦아 헷갈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바뀌었지만 충분한 홍보와 계도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에 신호 준수 등에 관한 교통 문화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 보급이 확대된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언론과 영상매체를 통한 홍보와 경찰의 단속 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사람이 많이 밀집돼있는 장소와 시간대에 경찰이 도로 교통을 통제해주는 인원을 배치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도 “법은 공포와 동시에 효력이 발휘되지만 일반 운전자들은 이를 인지하고 체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혼란이 생기는 것”이라며 “일선 현장 경찰들의 계도 및 언론에서의 충분한 홍보 보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고 다발 지역 혹은 보행자의 통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을 지날 때는 내비게이션에서 ‘우회전 시 정지하세요’라는 등의 문구를 말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