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을 출간한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교수가 13일 책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근 10명의 중동 전문가와 함께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을 집필한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46)는 13일 기자와의 만나 “아랍의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화에 근접한 나라로 꼽혔던 튀니지마저 최근 총선 투표율이 10%에 그쳤다”며 “아랍권 국가들은 여전히 시린 봄을 맞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정부 시위 물결에 힘입어 2013년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다. 이집트에서는 또다시 군부의 철권통치가 강화됐다. 중동 민주화 운동의 산파 역할을 한 튀니지는 최근 불거진 권력 투쟁과 테러 세력의 준동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구 교수는 “숲과 나무 모두를 본 뒤 ‘아랍의 봄’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배경, 종교·정치적 상황 등이 너무 다른 각 나라별 상황을 자세히 살펴야만 중동의 민주화 운동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책을 쓰기 위해 각 국가 별 전문가를 섭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 중 한 명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책에서 “튀니지나 이집트에서 일어난 시위는 시민혁명에 가까웠지만, 리비아는 부족전쟁, 예멘은 종파 분쟁의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한다.
한편 구 교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의 영향이 양국 정권에 각각 위기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튀르키예는 곧 5월에 조기 대선이 예정돼 있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겠지만, 대규모 학살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입장에선 재난 지원을 통해 고립 국면을 전환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