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침묵 속에도 온갖 썰이 넘쳐납니다. 동아일보 대통령실팀 기자들이 함께 쓰는 디지털 코너 [용:썰]은 대통령실을 오고가는 말의 팩트를 찾아 반 발짝 더 내딛어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핵심 국정운영 과제인 ‘3+1 개혁(노동·교육·연금+정부 개혁)’에 이어 금융 독과점 체제 개혁을 연일 화두에 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제13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금융권에 대해 ‘카르텔’이라 표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카르텔에 따른 이익은 위법 부당한 수익을 의미한다. 그다음 차례는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정부의 가시적 조치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장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바라보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 대통령은 복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무정지로 2선 후퇴함에 따라 개혁 동력이 위축될 거라는 전망과 달리 ‘금융 기득권’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장관의 부재 속에도 개혁 과제를 완수하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을 뒷받침할 인사들이 대통령실 안팎에서 부쩍 거론되는 이들이 있다.
● 尹, 차비 쥐여주던 이복현에 금융개혁 힘 실어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 그룹과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 데 이어 15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특단의 조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5대 은행을 정면으로 겨냥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 검찰총장 취임사에 담긴 尹의 ‘이권 카르텔’ 문제의식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으로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헌법 체제의 본질이다.” 시계를 3년여 전으로 되돌려 2019년 7월 25일. 제43대 검찰총장 취임사에 담긴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총장 취임사에서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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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꿰뚫고 있는 점이 이 원장이다. 검사 시절 이 원장의 ‘독한’ 스타일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윤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관철하는데 이 원장만 한 적임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애초에 이렇게 하려고 금감원장으로 발탁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인사는 “둘 다 판을 키우는 스타일인데,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검사 출신 기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서도 이 원장에 대해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금융 감독규제나 시장 조사에 대한 전문가라서 저는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3+1개혁 이관섭–공직기강 이시원 보고량 급증”
이 장관 직무 정지에 따른 행안부 공백 최소화에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등장한다. 국정 상황과 자치행정, 공직기강, 인사 등 대통령실 내 산재한 행안부 관련 업무를 이 수석을 통해 협력하도록 창구를 일원화했다. 3대 개혁에 더해 정부혁신 과제를 맡은 와중에 이 수석 존재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동아일보DB
지난해 추석 대통령실 인적 개편 국면에서 긴급 투입된 이 수석 산하에는 연말에 정책조정비서관이 추가로 신설됐다.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비서관은 국정기획·국정과제·국정홍보·국정 메시지를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었다. 6개 비서관실로 구성된 경제수석실에 이어 홍보수석실과 함께 두 번째로 비서관이 많은 조직이 된 것이다.
이시원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의 대통령 보고량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기류다.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맡는 조직 특성상 마이크를 직접 잡은 일은 없지만 3대 개혁과 대통령실 운영의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리스크 관리’를 맡고 있다. 특히 연초 고위공직자를 대면 감찰하는 ‘공직감찰팀’까지 신설되며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함께 근무할 당시 깊어진 사이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주진우 대통령법률비서관도 대통령실 전반의 법률 대응을 이끄는 중요한 플레이어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대응도 물밑에서 이끌고 있어서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