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급 잔치’ 이어 기강 잡기 대출 종류별 수용률 따로 공시하고 가계-기업대출 구분 등 내용 다양화 작년 요구권 수용률 평균 41.2%
금융 당국이 대출자의 ‘금리 인하 요구권’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공시 제도를 개편한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권에 대한 ‘기강 잡기’가 연일 이어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3일부터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을 시행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이란 승진, 취업 등으로 소득이 늘거나 빚을 성실히 갚아 신용도가 높아진 대출자가 금융회사에 이자 부담을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19년 6월부터 법제화됐지만, 이에 대한 은행들의 공시가 미흡해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41.2%였다. NH농협은행이 60.5%로 수용률이 가장 높았으며 우리(46.1%), KB국민(37.9%), 하나(32.3%)가 뒤를 이었다.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 감면액은 신한은행이 2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11억 원), KB국민(8억6000만 원), 우리(7억7000만 원), 농협(5억 원) 순이었다.
금융 당국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커진 서민들이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나머지 금융권에서도 금리 인하 요구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공시 확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 요구권의 수용 기준이 은행별로 각기 다르고 은행들이 구체적인 기준 공개를 꺼리고 있어서 공시 확대만으로 이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 방식이 조금씩 다른 만큼, 같은 사람이라도 금리 인하 수용 여부가 은행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