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른 연약권 위에 떠있는 지각 4개의 판이 충돌해 대지진 발생 100년 넘게 지진 없었던 피해 지역 응축된 에너지 표출되며 충격 커져
6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이들리브주 하렘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4일까지 최소 4만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자연 재해로 기록됐다. 이들리브=AP 뉴시스
6일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나라, 튀르키예(터키) 동남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지진은 3000여 채 이상의 건물을 붕괴시키고 2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야기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희생자 규모가 10만 명 이상일 수도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진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에까지 피해를 줬습니다. 시리아는 현재 정부군과 반군이 내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힘든 시리아 주민의 삶은 지진으로 더욱 고단해지고 있습니다. 계절도 겨울이어서 20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난방 공급 차단과 추위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 지리 이야기는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처럼 인류의 삶에 큰 재난으로 다가오는 지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판 구조론과 환태평양 조산대
20세기 초반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년)라는 독일 출신의 기상학자가 있었습니다. 베게너는 멀리 떨어진 대륙의 해안선이 서로 퍼즐의 조각처럼 들어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구상의 대륙들이 서로 붙어 있다가 떨어졌다는 ‘대륙 이동설’을 주장합니다. 당시에 베게너의 주장은 지질학계에서 비웃음을 당합니다. 우선 베게너는 전공이 지질학이 아닌 기상학이었습니다. 비(非)전공자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게 들렸던 것이었습니다. 둘째, 당시 학계에선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독일 출신의 학자 베게너의 주장도 배척당했습니다. 셋째, 베게너는 대륙이 이동한다는 주장만 펼쳤을 뿐 어떤 원리를 통해 이동하는지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은 ‘판 구조론’으로 발전하여 오늘날 지리와 지질학계의 대표적인 이론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판 구조론은 매우 복잡한 이론입니다만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 표면의 지각은 단단한 암석권과 무른 연약권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무른 연약권 위엔 판(plate)이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다닙니다. 마치 걸쭉한 수프 위에 마늘빵이 둥둥 떠다니는 것과 같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판은 대륙과 해양을 구성합니다. 판들이 연약권 위를 움직이며 대륙은 이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판들이 서로 떠다니다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선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며 이것이 지진입니다.
● 경주-포항 지진과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2017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땐 대학수학능력 시험도 연기될 정도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지진 관련 보도로 뉴스가 도배됐습니다. 경주와 포항 일대는 원자력 발전소와 각종 공업 시설이 밀집한 지역으로 두 곳 모두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습니다.그런데 당시 두 곳의 지진 세기는 리히터 규모로 각각 5.8과 5.4였습니다. 리히터 규모는 미국의 지질학자 찰스 릭터(1900∼1985)가 연구한 개념으로 지진의 세기를 판별하는 단위입니다. 리히터 규모 1.0 차이는 대략 30배 정도의 에너지 차이를 가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주 지진이 규모 5.8이었고 이번 튀르키예 지진이 규모 7.8이라는 것은 튀르키예의 지진이 경주 지진보다 900∼1000배 정도 강력하다는 뜻입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아나톨리아판, 아라비아판,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등 4개의 지각 판(plate)이 만나는 지점이라 피해가 컸다.
● 지구촌 이웃의 역할은 도움의 손길 뻗는 것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주민이 겪는 피해를 보며 우리는 너무 쉽게 “왜 저곳에 살까?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살면 안전하지 않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태풍 피해를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거주지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 살지 않습니다.자연의 거대하고 강력한 힘 앞에 인간은 아직 한없이 무력한 존재일 뿐입니다. 앞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연구와 대책이 필요합니다. 내진 설계된 건물을 짓고 지진 대피 훈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당장 전 세계 인류가 뻗는 구호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촌이라는 같은 마을의 주민이고 이웃입니다. 이웃의 고난 앞에 함께 아파하고 돕는 것은 같은 마을 주민으로서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