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허리 디스크로 약해진 몸, 달리기로 되살렸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2-17 03:00:00

영화배우 진선규 씨가 지난해 6월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 부문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두 차례 받은 그는 선배 유해진 씨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해 이젠 산까지 달리는 마라톤 마니아가 됐다. 진선규 씨 제공

양종구 기자


영화배우 진선규 씨(46)는 2019년 ‘승리호’ 촬영 당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10여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이었다. 어렸을 때 태권도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부터 애크러배틱도 하고 복싱도 즐기던 그는 수술 후 모든 움직임을 조심해야 했다. 그때 승리호에 같이 출연한 선배 배우 유해진 씨(53)가 “신발 하나 사줄 테니 걷고 달려봐”라며 고급 트레일러닝화를 선물해 준 게 계기가 돼 이젠 산까지 뛰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처음엔 동네 뒷산을 걸었죠. 걷다 보니 달릴 수 있었고, 달리다 보니 근육이 생겨 허리도 좋아졌죠. 무엇보다 달리면 즐겁고 몸에 활력이 생겨요. 제 몸에 딱 맞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때부터 달리기는 매일 해야 하는 루틴이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건 2년 전 함께 영화를 찍었던 후배 고한민 씨(40)의 조언을 받으면서다. 진 씨는 “그 친구는 매일 달리는 마라톤 전문가다. 내게 달리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줬다”고 했다. 5km, 10km, 20km. 그는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힘도 덜 들었다”고 했다. 알음알음 자연스럽게 크루(동호회)가 형성됐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이다. 나와 함께 달리는 모임은 마라닉을 한다. 소풍 가듯 즐겁게 달린다. 난 영화 찍을 때도 매일 그 지역을 달린다”고 했다.

22일 개봉할 영화 ‘카운트’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찍는 4개월 동안에도 매일 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내 고향 진해를 구석구석 달리면서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km를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와 TV 촬영을 위해 어딜 가든 달린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달리면서 그 지역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다. “달리다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크루 멤버들과 달렸어요. 그냥 함께 뛰어보자며 나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어요.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내 호흡과 심박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죠. 나무와 꽃, 바위 등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도 좋았어요.”

지난해 10월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2시간1분28초에 완주했다. 산과 도로는 달리는 맛은 다르지만 완주의 기쁨은 같았다.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감독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 달리다 보니 마스터스 마라토너를 지도하고 있는 권 감독도 1년여 전 자연스럽게 만났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진 씨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11월 대회를 앞두고 30km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 장경인대에 이상이 왔어요. 원래 허리 디스크 탓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오른쪽으로 힘이 쏠리다 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풀코스 도전 대신 거리에서 회원들 완주를 응원했어요.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역시 20km를 넘어가는 훈련을 하면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와서 포기했습니다.”

진 씨는 다시 달리기 초보자로 돌아갔다. 권 감독의 도움을 받아 기초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권 감독님이 전신의 근육 균형을 맞춘 뒤 달려야 부상이 없다고 권유했다”고 했다. 권 감독의 마라톤스쿨에서 주 1, 2회 달리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다”며 기회만 되면 달리기의 매력을 얘기한다. 그는 “30분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걷기부터 시작해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4주, 8주 하다 보면 달리기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온전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달려 땀을 흘리고 나면 심신이 맑아진다”고 했다.

진 씨는 달리기 덕분에 카운트의 복서 출신 체육교사 역할을 잘 찍었다고 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하루 네다섯 시간의 복싱 훈련도 소화했다. 또 달리는 장면이 많아 정말 건강하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