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투자 공제 확대는 대기업 특혜” 베트남, 하이테크 법인세 4년 면제 싱가포르도 稅공제-보조금 혜택 日-대만이어 반도체 전쟁 뛰어들어
#1. 싱가포르는 전 세계 웨이퍼 생산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글로벌파운드리도 올해 신규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반도체 산업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베 스완 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장은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다른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과 칩 설계 역량을 자랑한다”면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 베트남 호찌민시는 최근 미국 인텔로부터 33억 달러(약 4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새로 유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시에서 섣불리 공식화했다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관련 투자를 실제 논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인텔이 베트남에 적어도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패권 다툼으로 촉발된 반도체 지각 변동 속에서 전 세계 각국이 기회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 대만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까지 뛰어들어 풍부한 노동력, 공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탈중국’을 노리는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 ‘노동력’과 ‘세제 혜택’ 내세운 동남아
●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힌 한국 반도체특별법
반면 국내는 정치권이 정쟁으로 기업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4일 모여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대기업 공제율을 8%에서 15%로 늘리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재벌 특혜’라는 야당 반발에 별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세제 혜택의 80%가 대기업에 가는 법”이라며 “기업들이 정말 투자를 늘릴지 검증할 수 있는 자료부터 달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은 “왜 15%로 올려야 한다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세액공제) 25%이기 때문에 따라가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여당과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유인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15% 세율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 대책회의’에서 “한시가 시급해 2월 국회에서 꼭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반도체특별법은 단순히 한국 대기업 혜택만 따지며 좁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외 소부장 업체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생태계를 조성해야 산업 전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인데 정치 논리에 가로막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