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2022 국방백서’ 발간 軍 “北의 대남전략-핵도발 등 고려” ‘김정은 국무위원장’→‘김정은’ 표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이 8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모습. ‘괴물 ICBM’ 으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16일 발간된 ‘2022 국방백서’에 북한 탄도미사일 중 하나로 처음 포함됐다. 노동신문 뉴스1
국방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펴낸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기술했다.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이다.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안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국방 가이드라인’이다.
2022 국방백서는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기술했다 .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평가도 최신화했다 .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2016 국방백서 때부터 2020 국방백서까지 ‘50여 kg’으로 기술했지만 2022 국방백서는 20여 kg이 늘어난 ‘70여 kg’으로 적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종류도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과 북극성-4·5ㅅ(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2종 등 7종이 추가됐다.
국방백서 “日은 가까운 이웃 국가” 첫 표현… ‘가치 공유’도 명기
尹정부 첫 국방백서
日표현 2년전 ‘이웃국가’서 달라져
“北 12∼18개 핵제조 플루토늄 보유”
서해 피살사건 “北 시신소각 만행”
국방백서는 일본에 대해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본은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처음 기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및 한반도·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국방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2년 전 백서의 ‘이웃 국가’라는 표현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2020 국방백서에 기술됐던 “일본 정치 지도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및 사실 호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등 비판 대목은 이번 백서에선 빠졌다.
또 2020 국방백서는 ‘한중→한일 국방교류 협력’ 순으로 기술했지만 이번 백서는 ‘한일→한중 국방교류 협력’ 순으로 기술했다. 해당 절의 제목도 ‘일·중·러와의 군사적 신뢰 구축 및 국방교류 협력 추진’이라며 일본을 맨 앞에 표기했다.
● “北 12∼18개 핵탄두 제조 플루토늄 보유”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6년 만에 50여 kg에서 70여 kg으로 판단한 것은 지난해 영변 원자로에서 20여 일간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정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핵무기 1개 제작에 4∼6kg의 플루토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12∼18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이다. 북한은 수백 kg∼1t에 달하는 고농축우라늄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버트 조지프 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15일(현지 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비축량은 현재 40∼60개로 추정되지만 2027년까지 200개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최근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불과 4년 뒤면 북한이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하거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비핵화 협상이) 전혀 다른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백서는 북한의 다양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분야를 상세히 다뤘다. 2년 전 백서에선 개념 위주로 각각 0.5쪽, 1.5쪽 기술에 그쳤지만 이번엔 각각 5쪽과 4쪽을 할애해 미 전략자산 전개 강화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 서해 피살 사건에 “北, 시신 불태우는 만행”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술도 확연히 달랐다. 2020 국방백서는 “북한은 서해에서 북측 해역으로 넘어간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사망하게 했고”라고 기술해 ‘자진 월북’으로 빚어진 사건으로 규정했고 북한의 시신 소각 사실도 싣지 않았다. 반면 이번 백서는 “(북한은) 서해 북측 지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자행했다”고 기술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