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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 정찰 풍선 격추 사과 안해…시 주석과 대화 기대”

입력 | 2023-02-17 05:37: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정찰 풍선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강조하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백악관이 풍선으로 격화한 미·중 갈등에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우리의 주권 침해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정찰풍선의 격추의 정당성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현재 해당 풍선이 정찰용이 아닌 기상 관측용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과도한 대응을 한 데 대해 중국과 국제사회에 해명하고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정찰풍선 프로그램과 관련된 5개 기업과 1개 연구소 등 중국의 6개 단체를 제재한 것과 전 세계 40여개 동맹 및 파트너들에게 관련 브리핑을 한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을 바다에서 끌어올려 분석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중국과의 소통 강조…블링컨-왕이 만남 염두에 둔 듯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정찰풍선 격추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 주석과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주 동안 중국과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다”면서 “제가 집권 초부터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중국과 갈등이 아니라 경쟁을 추구한다. 우리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우리(미중) 외교관들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열린 소통라인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서 “우리 외교관들은 더 관여할 것이고, 시 주석과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소통을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을 계기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 당시 미·중은 대만 관련 문제 등에선 이견을 보였지만, 양국 간 ‘소통 유지’ 필요성엔 공감했다.

특히 중국과의 접촉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갈등을 완화하면서 미·중 고위급 외교라인의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의 회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 주임과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정찰 풍선’ 사태가 발생하면서 베이징 방문을 취소, 양국 회담도 잠정 연기됐다.

국면은 뮌헨안보회의(MSC) 개막을 앞두고 전환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오는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왕 주임과 회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위 관리였던 대니얼 러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블링컨 장관과 바이든 행정부 모두 뮌헨 방문 동안 왕 주임과 회담을 원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의 회담이 성사되면 최근 양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정찰 풍선’ 관련 논란 이후 양국 고위 외교 관계자들의 첫 대면회담이 된다.

블룸버그통신도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한다는 신호로, 블링컨 장관과 왕 주임의 만남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격추된 발사체 3개, 정찰과 관련 없을 가능성 커”

백악관은 소통을 강조하는 것 외에도, 처음 격추된 풍선 이후 추가로 격추된 3개의 물체가 정찰과는 무관하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갈등 완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쏘아 떨어뜨렸던 3개의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해선 중국의 정찰풍선 프로그램과 관련이 없고 민간 기업이나 연구 기관의 풍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기관들이 3개의 비확인 비행 물체에 대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3개의 물체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것들이 중국의 정찰풍선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거나 다른 나라의 정찰 수단이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기관의 현재 평가는 이 3개 물체가 민간기업이나 오락용, 기상 연구나 다른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확인 물체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더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안전과 보안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가 필요한 물체와 그렇지 않은 물체들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실수하지 말라. 어떠한 물체라도 안보와 미국인들의 안전에 위협을 제기한다면 저는 그것을 격추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