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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요건 전무” 주장하지만…檢 “중대 사안·증거인멸 우려”

입력 | 2023-02-17 06:18:00


정유선 기자 =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가 연루된 사건들이 ‘중대한 사안’이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그 사유로 제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지역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 이익을 부동산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 갖도록 만든 지역토착비리”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검찰은 이 같은 판단에 근거해 150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제출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전날(16일) 이 대표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2014년 8월 성남시장 재직 중 측근들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이로 인해 특정 민간업자들이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함으로써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는다.

사업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이익을 공공의 몫으로 환수하지 않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적용됐다. 검찰은 배임 혐의 액수를 4895억원대라고 산정했다.

이 대표는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내부 비밀을 일부 민간업자들에게 흘림으로써 시행자, 시공사가 선정되게 하고 이를 통해 211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번 사안을 죄질과 범행수법이 불량한 토착비리 범죄로 보고 있다. 부당이익의 규모가 막대하고 그로 인해 중형이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장은 전날 이번 사건에 대해 “지방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의 불법 정경유착을 통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지도록 만든 지역토착비리”라며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구속영장 청구 기준은 특정인에게 별도 기준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국민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구속 기준을 이번에도 따랐다”고 했다.

검찰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 대표의 배임 혐의 액수는 4895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사가 받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배당이익 6725억원(전체 개발이익의 70%)에서 실제로 배당받은 확정이익 1830억원을 뺀 값이다.

검찰에 따르면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주무 부서에서는 기부채납, 1공단 공원화 비용, 서판교터널 공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 개발이익을 전체의 70%로 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성남시 및 공사, 민간업자 간 유착때문에 공사가 확정이익만 가져오는 방식이 채택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확정이익이 1800억원대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성남시와 민간업자들 사이 의사 연락이 오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 대표가 보고받고 승인·결재한 서류 등 증거를 검토한 결과 이 대표도 그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결재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구속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증거인멸 우려’다.

앞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이 대표 측근들을 구치소에서 접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정 의원이 면회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대표와 대장동 일당을 잇는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이 이들을 찾은 건 ‘입단속’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냐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정 의원은 당시 “무죄를 받기 위해선 알리바이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은 단순 조언이었으며 회유 목적의 면담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중요한 증거인멸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진행 과정에서 증거인멸 행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그 밖에도 이 대표가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서면 진술서로 입장을 갈음하고 그 외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 이 대표가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주장한 점 등을 구속이 필요한 사정으로 봤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150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 청구 이후 이 대표는 “조금의 법 상식만 있어도 구속요건이 전무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억지 주장 써놓은 데다가 야당 대표가 영향력이 많으니까 구속해야 된다고 써놓은 걸 보고 참 기가 막혔다”고 반발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 받은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법은 회기 중 현직 의원을 체포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대검찰청, 법무부를 거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표결 절차가 진행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