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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일왕 생일 행사…日국가 ‘기미가요’ 첫 연주

입력 | 2023-02-17 09:38:00

2018년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기념 행사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 일본 욱일기가 바닥에 깔려져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9년 4월30일 퇴위했다. 이에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가 같은해 5월1일 왕위에 올랐다. 2018.12.6/뉴스1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 국가(國歌) ‘기미가요(君が代)’가 울려 퍼졌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지난 16일 전했다. 한국 내 공식 석상에서 기미가요가 재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전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4년 3개월 만에 나루히토(德仁) 일왕 생일(2월 23일) 기념 초대 행사를 열었다. 국내 인사들이 다수 초청된 가운데 이날 행사장에는 대한민국 국가 애국가에 이어 기미가요가 틀어졌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일 감정으로 국가(기미가요) 트는 걸 미뤄왔다”며 “지난해 출범한 새 정권이 대일 관계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도 찌그러진 양국 관계를 벗어날 호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가 16일 오후 일본대사관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 축하연에 참석하고 있다. 2023.2.16/뉴스1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그간 진행된 행사에서 기미가요를 틀지 않은 건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지만, 과도한 면도 있었다”며 “대사관 주최 행사에서 (대사관 당국의) 국가를 트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한일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이번엔 ‘당연한 형식’으로 하자는 취지였다”고 기미가요를 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기미가요에는 ‘임의 시대는 천 대(代)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다. 기미가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해당 구절 속 ‘임(君)’은 일본의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는 일왕의 치세가 영원 하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제국주의’, ‘군국주의’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 등이 참석했다. 함께 행사를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축사를 했다. 행사장 앞에서는 반일 시민단체가 행사 진행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