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경기상황과 관련해 처음으로 경기 둔화 진단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흐름이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 세계경제 연착륙 기대감과 함께 통화 긴축기조 및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우려 등 하방위험이 교차하며 세계경제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달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했을 때 경기 둔화가 확정된 것을 전제로 표현을 썼다”며 “지난해 4분기 GDP(국내총생산)가 마이너스로 나왔고, 산업활동동향 지표도 안 좋게 나왔다. 1월에 이어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어느 시점부터는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지표를 보면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한 462억8000만 달러였다. 지난해 12월(9.5%) 대비 감소폭을 키웠다.
2월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지표를 보면 수출이 11.9% 증가했다. 하지만 일평균 기준으로 환산하면 -14.5%로 여전히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가 지속됐다.
대중 수출도 -13.4% 감소했는데, 역시 조업일수를 감안하면 -33.8%로 감소폭이 확대된다. 반도체 역시 -40.7% 감소했는데 조업일수를 감안할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12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지가 증가하면서 한 달 만에 26억8000만 달러 흑자전환했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 악화로 4억8000만 달러,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13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자회사 등 배당금 수취가 가세하며 소득(본원+이전)수지 흑자가 대폭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47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전소득수지는 2억4000만 달러로 적자폭을 줄였다. 기재부는 1월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확대 등을 감안 시 전월 대비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2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2.9%), 서비스업 생산(-0.2%)이 줄면서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4% 증가했으나 설비투자(-7.1%), 건설투자(-9.5%)는 감소했다.
1월 서비스업 속보치를 보면, 온라인 매출액은 10.2% 늘었다.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13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0.7로 전월(89.9)보다 0.8p 올랐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전월보다 5p 내려갔고, 2월 전망 또한 2p 하락한 68에 그쳤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과거 평균적인 경기상황보다 좋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로, 100 미만이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만1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3.6%로 전년보다 0.5%p 하락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연초 인상요인 등으로 상승폭이 전월(5.0%) 대비 소폭 상승한 5.2%를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5.0% 올랐다.
이 과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의 경제 인식차가 있느냐’는 질문에 “KDI와 저희와의 경제에 대한 인식은 차이는 크지는 않다”며 “이번에 KDI가 성장률을 저희보다 0.2%p 높은 1.8%로 제시를 했지만 상반기 부분은 더 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하반기는 더 올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하반기에 많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 민생부담 완화 기조 하에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면서, 3대 개혁, 에너지 효율 향상 등 경제체질 개선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