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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판 블랙리스트’ 오거돈 전 시장, 1심서 집행유예

입력 | 2023-02-17 13:25:00


부산시장 재임시절 시 산하기관 공공기관장들과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모 전 정책특별보좌관과 신모 전 대외협력보좌관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부산시설공단, 벡스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경제진흥원 등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6곳에 임직원 9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오 전 시장에게 징역 5년을, 박모 전 정책특별보좌관과 신모 전 대외협력보좌관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경제진흥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의 임직원 사직서 종용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지방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괄 사직서를 징수해 하루아침에 직위와 신분을 상실하게 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차원에서 피고인들의 인사권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의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 전임시장이 했다고 해서 그런 방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특히 오 전시장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을 지휘·감독하는 최고 법령책임자로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겼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정무라인도 시장의 직무를 보좌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판 블랙리스트’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은 2019년 4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부산시당이 사직서 종용과 관련해 시 고위공무원을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함께 고발된 시 공무원들을 오 전 시장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피고인들이 점령군처럼 행세하면서 시정과 인사를 가지고 놀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오 전 시장은 2021년 6월 여성 부하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