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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꿈꾸는 택시, 아이엠 [바이브랜드]

입력 | 2023-02-21 17:00:00


2020년 12월 차량 50대로 시작해 약 2년 만에 운영차량 대수 1000대, 기사 수도 1300여 명으로 키운 아이엠택시(i.M, 이하 아이엠).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처우 개선이 필연적이라고 말합니다. 기사들이 스스로 일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Hello, IT

아이엠을 운영하는 진모빌리티의 모태는 택시회사입니다. 카카오T, 우티, 타다 등 기존 택시 플랫폼이 IT 기업에서 출발한 것과 양상이 다릅니다. 공동창업자인 이성욱 대표와 조창진 대표는 2대째 법인택시 회사를 운영하며 택시업계 젊은 피로 통했는데요. 둘은 중형택시와 모범택시로 양분화된 시장의 중간지대 수요를 일찍이 감지했습니다. 국민 소득 수준이 오르며 질 좋은 서비스에 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할 소비층이 두터워졌다고 판단했죠.

당시 해외에선 우버가 자리 잡고 국내에선 타다를 필두로 모빌리티 시장이 열렸습니다.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단, ‘택시 호출’이라는 앞단만 발전시킨다고 해서 택시 사업 자체를 키울 수 없다고 봤습니다. IT와 자본은 물론이고 부품 공급, 충전, 차량 개선 등 전 단계에 거친 진화가 필요했죠. 지난 2020년 5월 뜻을 모은 두 명의 대표는 9개 택시 법인을 합작해 진모빌리티를 세웠습니다.

이성욱 진모빌리티 대표_출처 : 진모빌리티


이제 IT 기술이 필요한 차례. 여러 대기업의 문을 두드린 끝에 손잡은 곳은 통합 구축 솔루션 IT기업 MHQ입니다. 인공지능(AI)이 택시 수요와 공급이 몰리는 시간대와 위치를 분석해 맞춤형 배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죠. 지난 1월 시리즈 A 라운드로 8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공격적인 R&D에 나서고 있습니다. 차량은 모두 기아의 4세대 카니발로 구성하고 전 좌석 리무진 시트를 사용합니다.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같은 대형 승합차보다 카니발의 승차감이 확연히 좋아서 선택했다고 하네요.

여기까진 여타 서비스와 다를 바 없습니다. 1300여 개 택시 면허를 보유한 만큼 배회 영업(거리 탑승 고객을 태우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전체 서비스 건수의 30% 수준. 고급 택시 서비스도 이미 많아져 차별점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IT + 택시’가 아니라 ‘택시 + IT’가 된 모빌리티는 무엇이 다를까요?


모두 월급 받는 ‘직원’입니다
핵심은 100% 직고용 체제입니다. 택시 플랫폼 가운데 택시 법인을 인수한 곳도 있지만 대다수는 제휴·계약을 맺고 차량과 택시 면허를 가진 기사를 공급받습니다. 기사마다 서비스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이엠은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파고들 틈을 ‘서비스’에서 발견했습니다. 배차는 물론 기사 채용부터 차량 관리까지 철저하게 운영하는 것이죠.

공기청정기, 태블릿 등을 구비해 쾌적함을 더합니다_출처 : 진모빌리티


모든 기사를 직원으로 고용하는 만큼 표준화된 서비스 교육이 가능해졌죠. 로열티가 따라옵니다. ‘지니’로 불리는 기사로 입사하면 친절교육, 매너교육을 받습니다. 최종적으로 선배 기사와 현장 실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교정 받고요. 서비스에 만족했을 시 팁(tip)을 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자발적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기사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아이엠을 주 1회 이용한다는 20대 여의도 직장인 윤 씨는 “기사님이 말을 거시지 않고 운전도 부드러워서 편하다”고 전합니다. 다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매뉴얼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니 전문성 있게 느껴진다고도 하네요.

진상 손님도 훨씬 줄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기사는 손님들의 ‘눈빛’부터가 다르다고 한다는데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찾아오는 고객 유형도 달라진다는 설명입니다. 자연스레 기사들도 더 친절해지면서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죠.

기존 택시업계는 친절하다고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한 번 만난 승객을 다시 태울 가능성도 0%에 수렴했죠. 서비스 교육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대표는 기사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고 회고하는데요. 사납금(법인택시 기사들이 하루 영업을 하면 회사에 갖다 줘야 할 돈)이 대표적입니다. 기사들은 사납금을 제하고 나머지를 보수로 받기에 많은 돈을 벌려고 무리하게 운전하거나 승객을 가려 태우는 경우가 빈번했죠.

이 같은 체제 아래서 택시 사업이 발전하기는 어려웠죠. 아이엠은 사납금을 없애고 월급제로 전환했습니다. 평균 월급은 350만 원 수준으로 지난해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 169만 원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주 5일, 주말 2일 등 탄력근무제도 도입했죠.

다양한 직원들과 인터뷰 영상을 올려 소통 채널을 마련합니다_출처 : 유튜브 '아이엠지니'


그 덕분에 먼저 일하고 있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입사를 권하는 등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됐다고 하는데요. 젊은 직원들도 많이 모여 전체 평균 연령은 48세로 2030 세대 비중이 약 20%라고 합니다. 96년생 여성 기사도 있을 정도죠. 이 대표는 “이제 기사는 1인 사업자가 아니라 영업 사원의 역할을 한다”면서 “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사 대상 설문조사도 분기별로 진행해 개선점을 찾아가죠.


제 3의 안방

아이엠은 지난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80만 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손익분기점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는데요. 당초 진모빌리티를 설립하면서 중형택시를 모두 폐기하고 대형택시로 바꾼 데 이어 인건비도 상당히 들어갑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뼈아프지 않냐는 물음엔 “제대로 쌓은 프리미엄 브랜딩이 장기적으로 고급 택시 시장의 튼튼한 뿌리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네요.

‘소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는 회사입니다. 서울 강동구, 광진구 등과 함께 진행하는 ‘아이맘택시’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구내 임산부와 12개월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이 진료 또는 건강관리 목적의 이동 시 아이엠을 이용합니다. 2023년엔 관광 스타트업 ‘라이크어로컬’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네요.

출처 : 진모빌리티


이 대표는 모빌리티 중심의 서비스 확장 가능성을 점쳐봅니다. 차량 내 비치한 태블릿을 활용한 이커머스나 개인택시 기사 모집도 그려 보는데요. 자율주행이 접목된 택시 산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눈을 반짝입니다.

지난 4월 서울시로부터 자율주행차 유상운송이 가능한 한정운수면허를 발급받고 R&D에 박차를 가하는데요. 100년 전만 해도 마차가 길을 가득 메웠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처럼 자율주행 차가 도로를 채울 날도 머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현재도 택시를 탄 승객 입장에선 자율주행과 다를 바 없지만요.

택시의 본질은 안전한 ‘이동’에 있습니다. 아이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편히 잠도 자고 간단한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데요. ‘좋은 시간을 타세요’라는 광고 문구처럼 목적지로 향하는 시공간이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될 수 있게끔 하겠다는 뜻이죠. 교통 수단이 아니라 ‘제 3의 안방’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입니다. 출근길, 좌석에 누워 모자란 잠을 충전할 수 있다니.

기자는 택시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지만 특정 서비스를 쓸 유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어느 플랫폼이 어떤 모델을 쓰고 얼마나 쾌적한 지보다 ‘더 빨리’ 잡히는 게 제일이거든요. 아이엠이 말하는 최적의 서비스가 과연 기자 같은 고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지 궁금해집니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8일에 발행됐습니다.


인터비즈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