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17일 오후 2시 230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학은 징역 20년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고인이 된 피해자는 높은 책임감을 기초로 강도 범행을 막으려다 사망했으며 생명의 소중함은 말할 수 없고 더욱이 피해자 사망이 직무에 충실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라는 것이 더 비극적이다”라며 “한순간 가장을 잃은 유족의 슬픔과 좌절감은 약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보상받을 수 없고 피해자의 선한 행동의 결과가 큰 비극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이승만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더욱 무겁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승만의 경우 범행 동기가 재물 취득을 위한 욕망과 반사회적 성향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 높으며 범행 당시 피해자를 겨냥한 조준사격에 따른 범죄라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정학은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자백만으로 비교적 진지한 반성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돼 사건 경위를 제대로 알지 못하다가 피고인이 검거돼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경위를 모두 진술해 20년 만에 사건의 진실을 알게 돼 과거 잘못을 일부나마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이승만과 달리 살인 범위는 미필적인 것이며 범정에 있어 다소 구분할 필요가 있고 이승만 지시에 따라 범행 과정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살인 가능성을 예측하면서도 범행에 관여한 점을 고려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정학이 과거 범죄 전력 등으로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었지만 이승만은 수색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쳐 상대적으로 총기 사용에 익숙하며 실탄 사격 경험도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차량 절취, 경찰 충격 후 권총 탈취, 훔친 돈 분배 등 주요 부분에 대해 이정학의 진술이 일관되며 다른 진술이나 증거와도 일치했으며 이승만이 최초 수사기관에서 부인하다 이정학과 영상통화 후 자백했지만 다시 대질 조사를 요구하며 권총 사용을 부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승만 진술의 설득력이 매우 떨어져 믿기 어렵고 이정학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이승만이 피해자에게 권총을 겨눠 발사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범행 과정에서 두 자녀를 두고 있던 가장인 은행 출납 과장을 살해하고 범행 동기 등을 고려했을 때 비난받아 마땅하며 순찰 중인 경찰을 들이받아 권총을 탈취하는 등 완전 범죄를 노려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승만에게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이정학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한편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은행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을 노려 권총으로 협박,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정학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범행에 사용한 그랜저XG에 실었고 이승만은 은행 출납 과장 A씨에게 38구경 권총을 쐈으며 그 결과 A씨가 사망했다.
범행 후 약 300m 떨어진 서구 둔산동 소재의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한 이들은 다른 흰색 차량으로 바꿔 타고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구하기 위해 이들은 같은 해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을 배회하던 중 혼자 순찰돌던 경찰관의 권총을 탈취했다.
그랜저XG 역시 강도살인 범행 약 20일 전 수원에서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차량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발생 후 21년 동안 미제로 남았으나 지난 2017년 10월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 남아있던 손수건과 마스크 등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가 충북의 한 게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해당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1만 5000여 명을 조사했고 지난 3월 유력한 용의자로 이정학을 특정했다.
범인을 특정한 경찰은 지난 8월 25일 이정학을 검거했고 이승만과 함께 범행을 벌였다는 이정학 진술을 토대로 같은 날 이승만도 함께 체포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대전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사건을 계속 수사해 왔다.
[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