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 범인 이승만(아래)와 이정학
2000년대 초반 대전 서구 둔산동에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1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학은 징역 20년에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승만의 경우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범행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면서도 “사건 범행 내용뿐 아니라 범행 경위와 수법, 결과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으며 주도적으로 범행을 추진하고 강도를 목적으로 한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였던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9.2/뉴스1
이어 “한순간 가장을 잃은 유족의 슬픔과 좌절감은 약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보상 받을 수 없고 피해자의 선한 행동의 결과가 큰 비극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이승만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더욱 무겁다”고 밝혔다.
이정학에 대해선 “자백만으로 비교적 진지한 반성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건이 장기 미제로 분류돼 과거 잘못을 일부나마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승만 지시로 범행 과정에서 보조 역할을 수행했지만 살인 가능성을 예측하면서도 범행에 관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경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권총으로 현금 수송용 가방을 운반하는 은행 출납 과장(당시 45세)을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갖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사용한 총기는 같은해 10월 15일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로 순찰 중이던 경찰을 승용차로 들이받은 뒤 훔친 것이었다.
이 사건은 21년 동안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DNA) 정보가 충북의 한 불법 게임장에서 나온 DNA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해 8월 25일 두 사람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