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오는 3월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경기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공을 상대하지 않을 전망이다.
타자들은 8년 전 ‘투수 오타니’를 상대로 두 번이나 꽁꽁 묶였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까닭에 다행스럽긴 하지만 투수들은 생소한 ‘타자 오타니’와 마주하게 됐다.
WBC 한일전 선발 투수 후보로 꼽혔던 오타니가 이 경기에 타자로만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매체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에인절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오타니의 일본 야구대표팀 합류 전 경기 일정이 확정되자 오타니의 한일전 등판 가능성이 낮다고 점쳤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투수로 15승, 타자로 34홈런을 기록한 오타니는 WBC에서도 투타를 겸업한다. 하지만 투수로 역할이 제한돼 선발 투수로 최대 2경기에만 등판할 수 있다.
WBC 1라운드 B조에 속한 일본은 중국(3월9일), 한국(10일), 체코(11일), 호주(12일)를 차례로 상대한다. 오타니가 WBC에서 어떤 경기에 선발 등판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본 매체는 2가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전 등판 가능성을 일축했다.
먼저 주니치스포츠는 오타니가 중국과의 WBC 첫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주니치스포츠는 “6일 휴식을 고려하면 오타니는 9일 중국전과 16일 8강전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오타니가 3월21~22일 열릴 WBC 준결승전 또는 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나가는 것에 맞춰 등판 일정이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산케이스포츠는 “오타니가 1라운드 체코전 또는 호주전에 선발 등판한 다음에 준결승전 혹은 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나가는 것이 한 가지 옵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타니는 WBC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할 계획이다. 일본 매체의 예상대로면 오타니는 한국전에 타석에만 서게 된다. 대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르디스)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쟁쟁한 투수들이 한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호는 투수 오타니를 만나지 않는다면 한시름을 놓을 수 있다. 한국 타자들은 2015년 프리미어12 개막전과 준결승전에서 투수 오타니를 상대로 13이닝 동안 21개의 삼진을 당하며 1점도 뽑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마운드 사정은 다르다.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 실력도 톱클래스인 오타니를 막아야 한다. 타자 오타니는 최근 2시즌 동안 80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195타점을 뽑아낸 괴물이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타자 오타니를 상대한 경험도 없다. 오타니는 8년 전 프리미어12에서 타자로 뛰지 않았다.
양현종은 2021년 4월27일(한국시간) 에인절스와의 홈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6회 선두 타자 오타니와 만나 기습번트로 안타를 허용했다. 당시 오타니에게 허를 찔리며 흔들린 양현종은 마이크 트라웃에게 안타, 제러드 월시에게 2루타를 맞아 첫 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거 출신인 김광현은 2020년과 2021년 빅리그에서 활동했으나 에인절스전에 등판한 적이 없다. 지난해 5월27일 오타니와 투타 대결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 1탈삼진을 거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어서 대표팀에 제외됐다.
WBC 한일전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표팀으로선 오타니의 투구보다 타격을 더 신경 쓰게 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