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급병원의 필수의료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른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의 올해 전공의 충원율 평균은 77%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충원율이 25.5%, 비수도권만 놓고 보면 7%로 사실상 전멸이다. 이런 필수의료과들은 의대생들의 기피 전공과목 상위에 줄줄이 올라 있어 의사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업무 강도’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2016년 제정됐지만 지금도 흉부외과는 전원이, 외과는 5명 중 4명이 이를 넘겨 근무한다.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다. ‘내외산’ 의원급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억 원 중후반대로, 3억∼4억 원대 중반인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크게 못 미친다. 어려운 수술은 할수록 손해 보고, 피부미용처럼 상대적으로 쉬운 진료는 오히려 수입이 많은 왜곡된 보상 체계가 전공별 불균형을 키우는 상황이다.
열악한 의료계 현실은 ‘사람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던 의대생들의 꿈마저 꺾고 있다. 수술실에서 메스를 들었던 외과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 성형외과 등으로 개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기 과목인 ‘피안성’으로의 쏠림 현상은 심해지고, 지원에서 떨어지면 재수까지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성적 최상위권의 이공계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의대가 막상 생명을 다루는 명의 배출에는 실패하고 있는 게 개탄스러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