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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흐름 둔화”… 팬데믹 이후 첫 공식화

입력 | 2023-02-18 03:00:00

美 고강도 긴축 장기화 우려에
환율 두달만에 장중 1300원 넘어




정부가 국내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다 소비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기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을 담은 그린북에 ‘경기 흐름 둔화’가 담긴 것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 ‘경기 둔화 우려’를 처음 밝힌 정부는 7개월째 비슷한 평가를 내놓다가 지난달 ‘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표현을 바꾸며 경계감을 높였다. 이달에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이미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역(逆)성장했다.

수출은 지난달 16.6% 줄어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126억9000만 달러)를 보였다. 고금리까지 겹친 상황에서 1월 소비자물가는 9개월째 5%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




고물가속 수출-소비 동시 부진… 침체 골 깊어질 우려



“경기 둔화” 첫 공식화


수출, 이달 들어서도 두자릿수 줄어
소비도 고금리에 감소세 돌아서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인정한 건 고물가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과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며 “수출이 굉장히 꺾이는 모습들이 지속됐고 최근에는 소비마저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일정 시점부터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감소세를 보인 수출은 이달 들어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4.5% 줄었다.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이 기간 40.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7100만 달러 적자였다. 2월에도 월간 무역수지가 적자일 경우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소비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지난해 초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회복 흐름을 보이던 소비가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액도 1년 전보다 각각 3.7%, 2.8% 줄었다.

경기 위축이 고용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고용 없는 침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3만5000명 줄며 2021년 10월(―1만3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까지 오르며 경제에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며 “부동산 규제를 더 풀어 시장을 정상화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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