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로잡은 울산바위 울산바위를 즐기는 네 가지 방법 ‘울산바위’ 이름에 담긴 전설
MZ세대 사로잡은 울산바위 강원 속초에서 미시령 고개를 넘어갈 때 당당하게 서 있는 울산바위는 외설악의 상징이다.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거대한 설악의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는 가운데 산줄기에서 불끈 솟아 있는 울산바위는 장쾌하기 그지없다. 북부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지역의 웅장한 바위산맥이 부럽지 않은 한국의 명소다.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울산바위 사진을 찍기 좋은 핫플레이스 4곳을 찾아 강원도로 떠났다.
●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치는 신선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선대 낙타바위 앞에서 바라본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 왼편으로 설악산 달마봉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미시령 옛길과 신선봉이 이어진다. 설악에서 금강으로 이어지는 산맥 위로 장쾌하게 솟은 겨울의 울산바위는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킨다.
울산바위를 감상하는 첫 번째 방법은 울산바위를 직접 올라가 보는 것이다. 속초의 설악산 소공원에서 시작해 신흥사, 흔들바위를 지나 울산바위 정상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흔들바위부터 울산바위까지는 철제 계단으로 편도 1km 거리임에도 1시간 정도 걸리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그래서 요즘 MZ세대들이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으려 오르는 봉우리는 따로 있다. 바로 금강산 화암사에서 올라가는 신선대(성인대)다. 지난 주말 속초에 살고 있는 지인과 함께 ‘금강산 화암사 숲길’을 찾았다. 그는 “화암사에서 올라갈 수 있는 신선대는 해발 645m로 설악산에서는 낮은 봉우리에 속하지만 울산바위 조망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귀띔해 주었다.
화암사 입구 찻집 앞에서 등산화에 아이젠을 신는다. 이곳에서 신선대(1.2km)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눈이 녹지 않은 산길은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숲길을 오르다 보니 중간 즈음에 ‘수암(穗巖)’이라는 바위를 만난다. 바위 모양이 벼 낟가리를 쌓아놓은 모습이라 ‘쌀바위’라고 불리는 바위다. 바위를 두드리면 쌀을 보시한다는 쌀바위 덕분에 이 절의 이름이 ‘화암사(禾巖寺)’가 됐다고 한다. 이후 한참을 오르다 보니 신선대(성인대)에 도착한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전망이 탁 트이는 널찍한 암반이 나타난다. 낙타바위가 있는 이곳이 울산바위를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다. 설악산 달마봉부터 미시령 옛길, 신선봉, 동해바다와 속초 시내까지 360도의 전망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신선대 낙타바위에서 마주 본 겨울의 울산바위는 산이 아니라 파도였다. 미시령에서 올려다봤던 울산바위는 육중한 병풍이나 성채 같았는데, 높은 곳에서 마주 보는 울산바위는 기운생동(氣韻生動), 살아 움직이는 파도였다. 설악에서 금강으로 이어지는 산맥의 물결 위로 갑자기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파도. 영화 ‘인터스텔라’나 ‘퍼펙트 스톰’에서 봤던 파도이자, 언젠가 태풍이 지나가는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직접 마주쳤던 하늘에서 덮쳐내리는 파도였다.
MZ세대들이 인생샷 명소로 꼽는 곳이니만큼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 앞에서 과감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 호수에서, 카페에서 감상하는 울산바위
울산바위 오른쪽 미시령 고개 너머에 솟은 봉우리는 신선봉이다. 금강산 1만2000봉의 남쪽 제1봉인 산이다. 신선봉에 살고 있는 성인이 양간지풍(襄杆之風)을 일으킨다고 전해진다. ‘속초 바람’ ‘미시령 바람’이라고 불리는 양간지풍은 봄철 동해안의 산불을 일으키는 바람으로 유명하다. 울산바위의 틈새 구멍에서 양간지풍이 불 때마다 바위가 큰 소리로 울어 ‘울산’ 바위로 불렸다는 전설이 있다.울산바위 이름에 대해서는 다른 유명한 스토리도 있다. 조물주가 전국의 유명한 바위를 모아 금강산을 만들 때 울산바위도 금강산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울산을 떠나 설악산을 지날 즈음 1만2000봉이 모두 채워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눌러앉았다. 그런데 설악산 유람을 나섰던 울산의 원님이 찾아와 “울산바위는 울산 고을의 소유이니, 신흥사에서 울산바위를 차지한 대가로 세금을 내라”고 했다. 주지스님이 돈이 없어 걱정하자 동자승이 나섰다. “세금을 낼 돈이 없으니, 바위를 울산으로 옮겨 가세요.” 한 방 맞은 울산의 원님은 “바위를 재로 꼰 새끼로 묶어 주면 가져가겠다”고 맞섰다. 동자승은 속초의 영랑호와 청초호 사이에 자라는 풀로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에 둘러놓은 다음 불을 놓아 재로 꼰 새끼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자승의 지혜로 양민을 수탈하는 관리의 횡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이 때문에 울산바위 아래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의 동네 이름이 ‘묶을 속(束)’ ‘풀 초(草)’자의 ‘속초’가 됐다고 전해진다.
속초의 아름다운 석호(潟湖)인 영랑호는 울산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세 번째 포인트다. 영랑호의 맑은 물 위로 비친 울산바위와 설악의 능선은 알프스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최근엔 영랑호 호수 위로 ‘뜬다리’(부교)가 놓여 울산바위를 바라볼 수 있는 사진촬영 포인트가 되고 있다.
고성 소노펠리체 델피노 카페 ‘더 엠브로시아’는 울산바위 설경을 볼 수 있는 SNS 핫플레이스다.
울산바위 봉우리를 본떠 만든 카페 엠브로시아의 시그니처 메뉴 ‘울산바위 오렌지 판나코타’.
● 가볼 만한 곳
고기잡이 목선을 만들던 옛 조선소를 카페로 개조한 속초 청초호 주변의 ‘칠성조선소’.
칠성조선소 카페 2층에서 내려다본 청초호의 풍경.
글·사진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