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 비판 요양시설-연명치료 실태 꼬집어 존엄한 죽음 위한 제도 만들어야 ◇각자도사 사회/송병기 지음/264쪽·1만6000원·어크로스
“우리가 경험하는 죽음의 문제는 마치 주사위 놀이 같다.”
저자는 노화, 돌봄, 죽음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다. 그는 우리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주사위 놀이’에 비유한다. 행운을 기대하며 주사위를 던지듯, 사회는 죽음을 가볍게 다뤄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 일본 등의 의료 현장에서 연구 활동을 한 저자는 고국에 돌아와 ‘각자도사(各自圖死)’하는 사회의 모습을 마주했다. 돌봄과 간병을 각자의 몫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노화와 죽음은 모두에게 공포가 되었다고 말한다.
책은 존엄한 죽음에 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요양시설과 병원, 호스피스와 관계된 노인, 환자, 간호사, 의사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집안일’이던 돌봄과 죽음의 이슈가 ‘의료’와 ‘행정’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 배경부터 정부가 값싼 노인 부양을 위해 공급한 요양시설의 처참한 모습을 꼬집는다. 또 환자의 존엄한 죽음보다는 생명 연장을 우선시한 채 이뤄지는 연명치료, 임종 처리 기관으로 전락한 호스피스의 현실도 낱낱이 보여준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에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사람이 일하다가 죽고, 가난해서 죽고, 학대로 죽고, 고립으로 죽고, 차별로 죽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그런 사건 사고가 어떻게 나의 노화, 질병, 돌봄, 죽음과 연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현장 사례와 논증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나가야 할 책무임을 일깨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