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재명 체포동의안 27일 표결 합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3.2.17 뉴스1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비해 이 대표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과 잇달아 회동키로 하는 등 ‘이탈표’ 최소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 내에선 “이재명 없어도 민주당은 말살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퇴진 주장이 나오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李, 이번주 중진 비명계 의원 연쇄 회동
이 대표는 당분간 별도의 지방 일정을 잡지 않고 당 내 결속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에 설훈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 자신에게 줄곧 비판적인 메시지를 냈던 당내 중진 비명계 의원들과 1대1로 만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비명계 이원욱 전해철 의원과도 만났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비명계 뿐만 아니라 당 소속 다양한 의원들과 오찬과 만찬, 차담까지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며 차린 농성장을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의당과 손잡고 노란봉투법을 상임위 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한 상태다. 이 대표가 직접 노란봉투법 처리 의지를 보여주며 정의당을 향해서도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 비명계 “李 없어도 민주당 말살 안 돼”
체포동의안 표결이 임박해오면서 비명계의 고심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 소장파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은 집단적 망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망상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이 대표 없어도 민주당이 말살되지 않는다”며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했다. 이에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김 전 위원 제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했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출당 및 징계해야 한다는 당 내 청원에 1만5000명 넘게 동의했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관해 공개적인 반응을 아끼는 분위기다.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 말을 얹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구속영장을 보면 검찰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을 가결 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어차피 기소가 정해진 수순이고, 이 대표가 매주 재판을 받으며 물리적으로 당을 이끌 여유가 없어지면 그 때 가서 목소리를 내도 될 것”이라고 했다.
● 당 지도부, 당론 여부 두고 고심
민주당 지도부는 비명계 일각과 국민의힘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압박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엄호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체포특권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며 “불체포특권은 형사권을 악용한 정치공작을 막기 위해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것으로, 당사자가 포기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 이어지는 주말 장외투쟁 요구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다. 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전환국민행동’ 18일 서울 삼각지역 인근에서 경찰 추산 5000명이 모여 ‘무검유죄, 유검무죄’ ‘윤석열 퇴진’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이번주말에도 대규모 집회를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