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11곳 통폐합한 4대 시중銀 고령층 등 금융 접근성 문제 감안 “지점 감축 신중” 속도조절 나서 금감원 “소비자 관점서 계속 점검”
정부가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은행의 과도한 수익성 문제를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지점 통폐합 속도 조절에 나선다. 고령층 등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고려해 점포 축소 규모를 예년보다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매년 200곳을 넘겼던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 규모가 올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총 211곳의 지점을 통폐합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 72곳, KB국민 61곳, 우리 58곳, 하나 20곳 순이다. 시중은행은 2020년 238곳, 2021년 230곳의 점포를 각각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지방·특수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281개에서 2021년 말 6094곳으로 줄었는데 6년 새 줄어든 1187곳의 점포 가운데 998곳이 시중은행이었다.
이런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금융 접근성 문제 지적을 고려해 올해 지점 통폐합 규모 축소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초 7곳의 지점을 줄인 우리은행은 현재 추가 통폐합 계획이 없고 향후 지점 축소 문제도 신중히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4대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본부장급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수년간 적지 않은 지점을 통폐합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지적을 감안해 추가적인 지점 감축에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중복 점포 해소와 비대면 전환 등을 이유로 지점 통폐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면서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 △화상으로 대면 창구 수준의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라운지 운영 △지능형 자동화기기(STM)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점 축소가 은행의 비용 효율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융 접근성은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